미국이 메콩강 수위 사이트 개설한 이유… 상류 중국 댐 감시

입력 2020-12-14 17:30 수정 2020-12-14 18:13
메콩강 모습. 중국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동남아 5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강 관측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다. 메콩강 상류에 있는 중국의 수력발전소가 중‧하류 지역의 홍수와 가뭄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은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 미‧중 갈등의 전장으로 떠오른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미 정부가 지원하는 메콩강 관측 시스템 ‘메콩 댐 모니터’ 사이트가 15일부터 정식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메콩 댐 모니터는 중국이 강 상류에 지은 11개 댐을 비롯해 메콩강 주류를 따라 건설된 13개 댐의 수위를 매주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 11개 댐에서 방류되는 물의 양과 수온 등 다른 지표들도 함께 제공된다.

미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동남아 프로그램과 물 분야 연구‧컨설팅 업체 ‘아이즈 온 어스’가 공동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내걸었다. 이들은 “증거에 기반한 모니터링을 통해 메콩강 유역의 댐 상태와 물의 흐름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메콩강 수자원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개설해 운영하고는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플랫폼 개설 행사도 열렸다. 중국 관변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 플랫폼은 홍수 및 가뭄과 관련된 신뢰할 수 있는 예측 및 조기 경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중국은 메콩강 상류의 데이터를 공유하겠다는 약속을 잘 이행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메콩 댐 모니터 책임자인 브라이언 에일러는 SCMP에 “하천 수위와 댐 운영 데이터는 전혀 다른 지표”라며 “중국이 약속대로 홍수 및 가뭄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예측과 조기 경보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말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아이즈 온 어스는 지난 4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메콩강 상류 지역에 있는 11개 중국 댐이 470억㎥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콩강이 지나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중국이 수력 발전과 관개용수를 위해 강 상류에 건설한 댐이 중·하류 지역의 가뭄을 불러왔다고 주장해왔는데 여기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7월 전혀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칭화대와 중국 수자원연구소가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는 중국의 댐이 우기에는 홍수를 완화하고 건기에는 저장된 물을 흘려보냄으로써 가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했다. 또 메콩강 전체 유역에서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은 7% 정도지만 중국 댐이 위치한 상류의 가뭄 발생 가능성은 12%로 오히려 더 높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