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뜨는 시대 온다…車업계, SW 기술 확보 총력전

입력 2020-12-15 00:25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제조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SW)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모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SW 기술들을 통합·내재화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자동차 서비스가 부각될 미래차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SW 기술 확보는 물론 전문가 영입 및 관련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인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년 4월 1일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내 SW를 담당하는 3개 계열사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그간 현대오토에버는 시스템 통합과 관리 등 IT 서비스, 클라우드 운영과 자동차 데이터 수집·분석 등의 사업을 전개해 왔다. 현대오트론의 SW사업부는 전기·전자 아키텍처, 기반 SW 등 차량 SW 사업을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 SW와 정밀지도, 자동차용 커넥티비티 서비스 등을 개발해 왔다.

이번 3사 합병은 향후 자동차의 개념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SW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이동 중 생활공간 플랫폼’으로 변모할 거라는 예측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 송선재 연구원은 “이동 중 생활공간 플랫폼으로 바뀌면 자율주행 기능과 모빌리티 서비스가 융합돼야 하며, 완성차의 IT·SW·서비스 구현 능력이 중요해진다”며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융합을 위한)대열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흩어진 SW 기술들을 모으면 역량 분산과 자원 중복 투자를 막고, 기술 융·복합과 외부 시스템 연결성 등에 주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용 SW 개발 체계의 통합에 따른 기술력 강화와 AI 또는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의 공동 활용에도 유리해진다. 또 외부 개발사들과의 협업과 인수합병 등 활동도 한층 수월해진다.

SW 기술을 강화하는 흐름은 해외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카소프트웨어 조직을 신설해 2025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1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70억 유로를 투자해 자체 운영체제(VW.OS)와 클라우드, 전기·전자 아키텍처 등을 개발키로 했다. 포드는 지난 10월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해 소프트웨어, 전기차 충전 등 기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기차를 생산 중인 테슬라는 SW 기술 내재화와 실주행 데이터 수집 등을 통한 역량 확보 측면에서 기존 전통 완성차 업체들을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는 사업 초기 SW 개발, 핵심부품 수급 등을 협력 업체에 의존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직접 개발·제작하고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