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이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의 긴급사용 권고를 받아내며 이르면 14일(현지시간)부터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1년간의 개발 끝에 시작된 백신 작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관문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의료진과 요양병원 거주자를 중심으로 2400만명분의 백신 초기 분량을 접종 준비 중이다. 미국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팀’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이를 시작으로 접종 대상을 계속 확대해 내년 1분기까지는 최소 1억명이 면역력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의 저항이다.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선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내키지 않는다’ ‘회의적이다’ ‘반대한다’는 등의 키워드가 따라붙고 있다. 급히 개발된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나 제약사·정부에 대한 불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달 초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미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FDA가 승인한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은 63%에 그쳤다. 미국인 셋 중 하나는 백신을 맞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이달 발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만이 백신 접종 의향을 밝혔다.
WSJ는 백신의 효과는 의학적 효능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 얼마나 잘 수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접종률은 큰 변수로 작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접종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가 감독하는 이 캠페인은 TV방송과 신문, 소셜미디어(SNS), 라디오 광고 등을 통해 진행되며 백신 접종을 주저하지만 설득이 가능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백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으로 접종을 거부하는 ‘백신 반대론자’들이 아닌 안정성을 이유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정책인 셈이다.
백악관 고위직 등 사회지도층도 백신을 가장 먼저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펜스 부통령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을 포함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이르면 이번 주 중 코로나19 백신이 제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경력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받을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에 미국 정부의 다른 당국자들이 코로나19에 추가적으로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당국자들이 줄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핫 스팟(집중발병지역)’으로 불렸다. 존 얼리엇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행정부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의 고위 인사들도 ‘정부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백신을 조기접종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직도 가장 먼저 접종을 받는 만큼 국민들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얼리엇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공중보건 전문가와 국가안보 지도부 조언에 따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접종받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똑같은 백신을 맞는 데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지훈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