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14일 서울은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 찾아온 올겨울 최강 한파는 출근길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마스크와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 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카페 등의 매장 영업이 제한되자 마땅히 대기 장소를 잃어버린 일부 시민은 버스정류장 인근 노점이나 지하철 역사 내 분식점에 몰려들기도 했다. 이들은 매대 앞에 일렬로 붙어 서서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추위를 달랬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6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김모(39)씨는 검정색 롱패딩점퍼를 입은 채 환승구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간만에 롱패딩에 방한장갑까지 꺼냈다”며 “귀가 빨갛게 된 것만 봐도 엄청 추워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이내 두 손을 점퍼 주머니에 집어넣고 황급히 사라졌다.
왕십리역 역사 내 한 분식집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묵 국물을 마시며 추위를 녹이는 시민 대여섯명이 모여 있었다. 직장인 최모(29·여)씨는 “출근길에 자주 들러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는 곳인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7시쯤 강남구 선릉역 1번 출구 앞 버스장류장에서 만난 이모(41·여)씨는 분홍색 털모자를 쓴 채 발을 동동 구르며 환승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도 날씨가 추웠는데 얇은 덴탈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더니 금방 축축해져 입 주변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면서 “오늘은 일부러 특대형 KF94 마스크로 얼굴을 감싸고 나왔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강남의 한 IT업체에 다닌다는 30대 김모씨는 카페에서 커피를 가지고 나오다 문득 코로나19 상황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날이 추워 무의식적으로 카페에 들어갔는데 카페 내 취식이 안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커피가 나온 후에도 건물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며 “감염병 유행까지 겹치니 올 겨울이 더 추운 것 같다”고 전했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던 강남역 인근도 한파 때문인지 이날은 한산했다.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 거치대에는 시민들이 빌려가지 않은 자전거가 빼곡히 차 있었다.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연신 얼굴을 강타하자 시민들은 지하철역 출구에서 일제히 패딩점퍼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거리로 나섰다.
평소 광역버스로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송모씨는 칼바람을 견딜 엄두가 나지 않아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막상 지하철에 꽉 찬 시민들을 보고 곧바로 후회했다고 한다. 송씨는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많은 승객이 지하철로 몰린 것 같다”며 “승객 간 거리두기는 커녕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여 오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