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녹일 곳 없어 더 추워”…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출퇴근길

입력 2020-12-14 16:58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보이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14일 서울은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 찾아온 올겨울 최강 한파는 출근길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마스크와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 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카페 등의 매장 영업이 제한되자 마땅히 대기 장소를 잃어버린 일부 시민은 버스정류장 인근 노점이나 지하철 역사 내 분식점에 몰려들기도 했다. 이들은 매대 앞에 일렬로 붙어 서서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추위를 달랬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6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김모(39)씨는 검정색 롱패딩점퍼를 입은 채 환승구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간만에 롱패딩에 방한장갑까지 꺼냈다”며 “귀가 빨갛게 된 것만 봐도 엄청 추워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이내 두 손을 점퍼 주머니에 집어넣고 황급히 사라졌다.

왕십리역 역사 내 한 분식집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묵 국물을 마시며 추위를 녹이는 시민 대여섯명이 모여 있었다. 직장인 최모(29·여)씨는 “출근길에 자주 들러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는 곳인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7시쯤 강남구 선릉역 1번 출구 앞 버스장류장에서 만난 이모(41·여)씨는 분홍색 털모자를 쓴 채 발을 동동 구르며 환승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도 날씨가 추웠는데 얇은 덴탈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더니 금방 축축해져 입 주변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면서 “오늘은 일부러 특대형 KF94 마스크로 얼굴을 감싸고 나왔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강남의 한 IT업체에 다닌다는 30대 김모씨는 카페에서 커피를 가지고 나오다 문득 코로나19 상황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날이 추워 무의식적으로 카페에 들어갔는데 카페 내 취식이 안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커피가 나온 후에도 건물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며 “감염병 유행까지 겹치니 올 겨울이 더 추운 것 같다”고 전했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던 강남역 인근도 한파 때문인지 이날은 한산했다.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 거치대에는 시민들이 빌려가지 않은 자전거가 빼곡히 차 있었다.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연신 얼굴을 강타하자 시민들은 지하철역 출구에서 일제히 패딩점퍼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거리로 나섰다.

평소 광역버스로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송모씨는 칼바람을 견딜 엄두가 나지 않아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막상 지하철에 꽉 찬 시민들을 보고 곧바로 후회했다고 한다. 송씨는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많은 승객이 지하철로 몰린 것 같다”며 “승객 간 거리두기는 커녕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여 오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