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일냈다… ‘경이로운 소문’이 말하는 영웅이란

입력 2020-12-14 16:49 수정 2020-12-15 15:37
OCN 제공

지극히 한국적인 영웅들이 모였다. 초능력을 지녔는데 어딘가 허술하고, 흔한 이웃 같은데 남다르게 정의롭다. 악귀 사냥꾼이라는 판타지 요소에 약자들의 연대로 거대 악을 무찌르는 설정을 더해 카타르시스를 배가했다. OCN ‘경이로운 소문’이 입소문을 타고 경이로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방송한 ‘경이로운 소문’ 6회 시청률이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평균 7.7%, 최고 8.3%를 기록했다. OCN 역대 최고면서 동시간대 1위다. 주로 장르물을 송출하던 OCN의 작품들은 마니아 사이에서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꾸준히 받아왔으나 ‘경이로운 소문’의 상승세는 심상찮다. 단 2화 만에 대중적인 인지도 바짝 올리면서 “OCN이 일을 냈다” 같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OCN이 그동안 묵묵하게 장르물에 도전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고, 대중성까지 곁들여 드디어 빛을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OCN 제공

이 드라마는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히어로물이다. 이날 방송에서 카운터들은 7년 전 사건에 얽힌 흩어져있던 실마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극의 차별화된 특징은 악귀를 잡는 히어로를 다뤘던 tvN ‘방법’이나 ‘구미호뎐’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여기에 휴머니즘 요소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영원불멸의 삶을 갈망하는 사후세계의 악한 영혼들과 괴력·사이코메트리·치유 등 경이로운 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의 맞대결이라는 히어로물 클리셰는 가져가면서 빨간 추리닝을 입고 악귀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허점 가득한 카운터들에게 인간미를 더하고, 이들의 연대를 강조하며 판을 엎어버리는 식이다.

여기서 악귀는 악인 혹은 거대 권력이다. 악귀가 들어와 악행을 일삼게 된다는 전개가 아니라 이미 악한 욕망이 들어찬 인간에게 악귀가 침투하는 것으로 설정하면서 맥락을 강화한다. 학교 폭력이나 부정부패 등을 저지른 인물을 악귀가 찾아 들어갔다고 묘사하면서 부조리를 짚어내는 것이다. 악귀가 든 이들은 더욱 악행에 몰두하고, 카운터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는다.

혼자가 아닌 합심할 때 더욱 폭발하는 시너지의 의미는 연대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다. 지금까지의 영웅 서사에서 주인공은 강력한 힘을 무기로 전진했지만, 여기 히어로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빈틈을 지닌다. 치유라는 초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의 대장 격인 추매옥(염혜란)은 나이 탓에 체력이 약하고, 가모탁(유준상)은 단박에 악귀를 처단할 만큼 괴력을 지녔으나 머리가 나쁘다. 이런 서로의 결점을 연대의 힘으로 보강하면서 성장할 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고아이면서 장애를 지닌 소문(조병규)은 극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문의 성상 서사에는 소시민 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그는 사회에서 배척되는 약자를 대변하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매일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 모두 주류에서 소외되긴 했으나 손잡을 이웃이 있다는 걸, 작은 힘들이 모여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소문의 일상을 통해 녹여낸다. 언제나 겉돌던 소문은 어느 날 위 세계의 부름을 받고 경이로운 능력을 지니게 되는데, 히어로가 되기 전까지의 약자 서사는 모든 카운터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