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180석 입법 파워’에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겹치며 여야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6일 만에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이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집단 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이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까지 민주당의 입법 강공을 막아내기엔 수적 열세였다. 여야는 연말 입법 전쟁을 마친 뒤 본격적인 재보궐선거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의사 표시는 이미 할 만큼 했다”며 “코로나19 대확산에도 무제한 토론만 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정쟁을 멈추고 국난 극복에 함께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전날 민주당은 국정원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무제한 토론이 아니라 무제한 국력 낭비에 불과하다”며 재적의원 5분의 3(180표) 찬성표로 강제 종결했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한 입으로 두말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신의도 예의도 없는 정치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당적이 없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전날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 참여한 것을 겨냥해 “중립적으로 국회를 이끄는 국회의장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역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중단의 명분으로 국난극복과 민생 돌봄을 내세웠지만, 최근 행보는 그 명분을 채우기에 한참 모자라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야는 이날 진행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 찬반 필리버스터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북 확성기방송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 휴전선 일대에서 ‘김정은 죽어라, 저 XX’ 이런 방송은 안 한다”며 비속어를 사용했다. 최형두 대변인은 단상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국민이 믿고 두 번이나 당선시켜주었는데 지키지 못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앞둔 상황에서 옹호론을 편 것이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냐”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불평등조약”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야당이 ‘북한 입장을 이해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자 송 의원은 “핵을 통한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면서 여야의 ‘재보선 속도전’도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이종구 이혜훈 전 의원과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민주당에선 4선 의원인 우상호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도 곧 결단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해영 전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