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사냥용 화살 박힌 길고양이…범인은 “쫓아내려 한 것”

입력 2020-12-14 14:37 수정 2020-12-14 14:41
동물자유연대

길고양이 머리에 사냥용 화살을 쏴 다치게 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2형사부(부장판사 고상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은 피고인에게 유불리한 여러 정상을 충분히 고려해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전북 군산시 오룡동에 있는 자신 소유의 집 마당에서 수렵용 화살촉이 달린 화살을 길고양이에게 쏴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올해 6월 1심 재판을 받았다.

A씨가 사용한 ‘브로드 헤드’라는 이름의 화살촉은 날이 3개 달려 주로 큰 동물을 사냥하는 데 쓰인다. 단시간에 과다 출혈을 초래하는 등 살상력이 크며,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지만 해외 사이트를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다친 고양이는 거리를 배회하다 시민들에게 목격됐다. 지난해 여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군산시내에 머리에 못이 박힌 고양이가 돌아다닌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약 한 달간의 구조 시도 끝에 고양이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 당시 고양이는 머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검사 결과 화살촉이 고양이의 아래턱을 뚫고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화살촉이 두개골에 부딪힌 뒤 빗겨나가 목숨은 건졌으나 왼쪽 눈은 실명됐다. 당시 진료를 담당했던 송정은 광주메디컬센터 원장은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중앙일보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경찰은 동물단체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해 4개월의 추적 끝에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고양이를 쫓아내기 위해 그랬다”고 밝혔다. 법정에서도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죄질이 좋지 않지만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