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자축구팀, 시합 전 미용실 뛰어가 염색한 황당사연

입력 2020-12-14 13:52
푸저우 대학 홈페이지 캡처

중국 대학 축구팀 경기 심판이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충분히 검지 않다”는 이유로 몰수 경기를 선언해 중국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몰수 경기란 규칙 위반으로 경기를 계속할 수 없을 때 과실이 없는 팀에 승리가 선고되는 걸 말한다.

지난 7일 중국 글로벌타임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의 푸저우대학과 지메이대학 여자 축구팀의 일부 선수들은 지난 5일 치러진 경기에서 염색을 하면 안된다는 규칙을 어겨 심판의 호출을 받았다. 경기에 출전한 30여개 대학 43개 팀 가운데 유독 이 두 팀에 염색한 선수들이 많은 게 문제가 됐다.

이에 심판은 15분을 줄 테니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을 전했다. 결국 선수들은 양 팀 스태프가 근처 미용실로 뛰어가 구입해 온 염색약으로 머리를 다시 까맣게 염색했다.

하지만 급하게 염색한 탓에 제대로 착색이 되지 않아 출전이 가능한 선수는 푸저우대학에서 7명, 지메이대학에서 8명뿐이었다. 이 때 심판은 지메이대학의 선수 한 명의 머리가 “충분히 검지 않다”며 추가로 출전 자격을 박탈해 각 팀의 출전 선수는 7명이 됐다. 그러자 지메이대학 측이 푸저우 대학 팀에도 머리가 충분히 검게 염색되지 않은 선수가 있다고 항의했다.

결국 심판은 이 선수의 출전 자격도 박탈하면서 푸저우대학에 0대 3 패배를 선언했다. 이는 필드에 7명 이상의 선수가 없으면 기권한 것으로 간주해 0대 3 기권패 처리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푸젠성 교육당국이 발표한 2019-2020 푸젠대학축구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에게는 머리 염색, 긴 머리(남자 선수에게만 적용),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착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대회에서 실격된다”는 징계 조항도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현지에서는 머리 염색과 축구 실력이 무슨 관계가 있냐며 규칙의 합리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웨이보에서 “머리를 염색한 선수가 너무 많아서 여자 축구팀이 패배했다”는 해시태그는 조회수 1억80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칙에서는 선수들에게 어떤 차별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우상이 되는 사람이니 만큼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염색에 신중해야 한다” “축구 실력과 관계없는 세부 사항을 지나치게 꼼꼼히 따진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푸저우대학 스포츠 부서 측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11월 30일 지메이대학과의 경기가 진행되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했지만 팀 전체의 뛰어난 힘과 결단력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이번 일로 교훈을 얻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푸저우대학은 다음 날 다른 대학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