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판 ‘돌려막기’ 인사…“오바마 사람들 재탕·동문회” 비판

입력 2020-12-14 07:47 수정 2020-12-14 08:27
바이든 당선인 인선 놓고 민주당서도 불만
① 친한 사람들 중용…오바마정부 인사들 재기용
② 민주당과 인사 협의 안 해
③ 흑인 등 유색인종, 낮은 자리에만 기용
바이든 인수위 “민주당과 수백 차례 협의” 반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의 임시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서 보건 분야 인선을 발표하는 언론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인선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향후 인사에서 민주당 내에서 떠오르는 선두주자들을 많이 중용하고,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에 승리한 이후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된 민주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불평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큰 불만은 바이든 당선인과 개인적으로 친한 인물을 뽑아 쓰다 보니,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행정부 때 인사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둘째, 인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셋째는 흑인 등 유색인종을 낮은 직책에 보낸다는 것이다.

WP는 바이든 당선인의 인선에 대한 불만이 진보주의자·인권운동 지도자 등 민주당 내부의 풀뿌리 조직은 물론 민주당의 영향력 있는 상원의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선 지명한 인사들의 상원 인준을 위해 친정인 민주당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인사에 불만을 갖고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부터 삐걱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친한 사람만 뽑고…오바마정부 인사 ‘돌려막기’

WP는 바이든 당선인이 현재까지 차기 장관급 자리에 발탁한 14명을 자체 분석 결과, 이들 대부분이 바이든 당선인과 수년 째 알고 지냈거나 일부는 수십 년 째 알고 지낸 인사들이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명한 인사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다.

특히 WP는 바이든 당선인이 이들 중 80% 정도 인사들의 발탁 사실을 발표하면서 ‘오마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고른 인사들 대부분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이나 정부에서 근무했거나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농무장관으로 임명한 톰 빌색. 빌색은 오마바 행정부에서 8년 내내 농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AP뉴시스

대표적인 사례는 바이든 당선인이 농무장관으로 지명한 톰 빌색이다. 빌색 지명자는 오마바 행정부에서 8년 내내 농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오마바의 농무장관’을 다시 자신의 농무장관으로 재기용한 것이다. 빌색은 바이든 당선인과 3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측근 인사라는 사실을 알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바이든은 오바마정부 때 의무감(surgeon general)이었던 비벡 머피를 역시 그 때 자리로 데려왔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론 클레인은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에서 대통령이 됐고, 클레인도 부통령 비서실장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리가 높아졌다.

이 같은 미국판 ‘회전문’, ‘돌려막기’ 인사에 비판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근무했던 리드 헌트는 이번 인선에 대해 “동문회 모임의 전형적인 본보기”라고 표현했다. 한 진보단체 인사는 “우리는 (과거와) 똑같은 사람들로 새로운 방향을 향해 전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연락 없었다”…인수위는 “협의 많이 했다”

바이든을 겨냥한 또 하나의 비판 목소리는 인선에 대해 민주당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WP는 민주당의 상원 지도부 의원들은 인선에 대해 정보를 거의 받지 못하거나 어떤 사전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6명 정도의 의회 고위 관계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지명된 니라 탠든의 상원 인준을 위해선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도움이 절실한데, 바이든 인수위는 샌더스에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지지마저 잃을 경우 바이든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우려가 있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인선을 빨리 완료해 코로나19 대응 등과 같은 최우선 정책에 힘을 쏟으려는 바이든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흑인 등의 반발도 변수다. 바이든이 현재까지 지명한 14명 중 9명이 비(非) 백인이다. 외관상으로는 매우 높은 비율이다. 그래도 불만이 나온다. 유색 인종들을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자리에 기용하는 편법을 쓴다는 것이다. 또 바이든이 선택한 흑인·히스패닉 지명자들이 나이가 많아 젊은 세대들의 고민과 우선사항 등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차기 국방장관에 흑인 최초로 로이드 오스틴을 지명했지만, 국방장관이 되기 위해선 퇴역 후 7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민주당 내부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인수위는 인선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협의가 부족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바이든 백악관의 대변인으로 기용된 젠 사키는 인선과 관련해 인수위 당국자들과 의회 관계자들 사이에 “수백 차례의 접촉”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