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에 우려 제기한 美…압박 본격화하나

입력 2020-12-14 06:57 수정 2020-12-14 10:03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에서 입법 추진 중인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통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려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일 외교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에 ‘구글 등의 앱스토어 운영정책 관련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부 유선통화 결과’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 라인과 미국 USTR 부대표 간 통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통상 문제 등에서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USTR 부대표부의 발언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건은 기밀로 분류됐다.

USTR은 양자·다자간 무역 협상을 수행하고 정부 내 무역 정책을 조율하는 등 기능을 가진 정부 기관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구글의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자 미국 정부가 USTR의 입장을 전달하는 식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압박을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구글이 내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하는 모든 콘텐츠·앱에 자사 결제방식을 일괄 적용해 30% 수수료를 물리기로 하자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맞서기로 했다.

앱 장터 운영사가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앱 개발사는 모든 앱 장터에 동등하게 앱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고, 10월 국정감사 때만 해도 통과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야당 측이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섰고,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런 배경을 두고 일부에서는 구글과 주한 미국대사관 측이 해당 입법 저지를 위해 정·관계에 총력 로비를 펼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주한 미국대사관은 자국 내 기업, 특히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IT 공룡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 등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전재수 의원은 “미국 측 우려를 전달받았음에도 과기부·공정위 등 관계부처가 사실상 묵인하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법 개정과는 별개로 현행 공정거래법·약관규제법으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는 다수의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공정위 조사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