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기자 사형 집행… 앰네스티 “충격과 공포”

입력 2020-12-13 17:48 수정 2020-12-13 17:56
지난 6월 법원에 출석한 반정부 언론인 루홀라 잠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자국 반정부 언론인의 사형 판결을 확정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전격 형을 집행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이란 체제를 비판한 언론인 루홀라 잠이 이날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최고법원(대법원)이 지난 8일 잠의 사형 판결을 확정한 지 나흘 만에 교수형을 집행한 것이다.

반정부 언론 아마드뉴스의 설립자인 잠은 지난 2017년 12월 이란에서 식료품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배층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확대되자 이를 발빠르게 보도했다. 그는 시위 상황과 이란 군경의 과잉진압 행태가 담긴 동영상을 아마드뉴스의 텔레그램 채널에 공유했다. 유혈사태로까지 번진 당시 시위에서 최소 25명의 이란 시민이 숨지고 5000여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가입자만 100만명에 달했던 이 텔레그램 채널을 폐쇄했지만, 잠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채널을 열었다. 이후 이란 검찰은 잠이 폭력을 선동하고 미국·이스라엘·프랑스 정보기관의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했다. 잠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프랑스로 탈출했다.

지난 수년간 정치적 망명자로서 프랑스 당국의 경호를 받았던 잠은 지난해 10월 이라크를 방문했다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체포됐다. 혁명수비대는 당시 자세한 체포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정보조직이 혁신적 작전에 성공해 외국 정보기관을 속이고 잠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란으로 송환된 잠은 지난 6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란 정부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성명을 통해 “이란 사법부의 이 새로운 범죄에 격노했다”며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번 사형 집행의 배후”라고 비난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며 “이란 정권이 사형을 정치적 탄압의 무기로 사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유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