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여야의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여야가 법안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면서 막말 논란도 일었다. 민주당은 “무제한 토론이 아니라 무제한 국력 낭비”라며 필리버스터에 대한 강제 종료 표결 절차에 돌입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이제 국회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출입기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가 소모적인 무제한 토론만 이어간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라며 “이제 방역과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오후 8시10분 국회에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종결동의서 제출 24시간 후에 표결절차를 밟는데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 종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당초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최대한 필리버스터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여야의 막말 논란이 일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상황 등을 고려해 필리버스터 종결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이틀 만에 뒤집고 종결 표결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처음에 호기롭던 민주당이 야당에 주어진 합법적 의사 진행마저 힘으로 막고자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일부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근거 없는 주장과 막말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법조기자들은 다 받아쓰기만 한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조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당 대변인을 지내고 민주연구원 원장까지 맡은 홍 의원의 이런 발언은 여권의 왜곡된 언론관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표현들이 나왔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분간이 안 간다”며 “여야 협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엿 먹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성폭력 범죄는 충동에 의해 이뤄지고 그 충동의 대부분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조두순 같은 특정 부류의 범죄자에 대한 지금의 대책이 오히려 재범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뜻”이라며 사과를 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법관 출신 후보를 포함해 후보군을 원점에서 다시 추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사 출신 공수처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여당이 제안한 법관 출신을 수용한다는 전제 아래 논의를 계속했다”며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검찰 출신 후보에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는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문제 역시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재현 김동우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