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창흠 관련 ‘블랙리스트’ 논란…서울시 대면조사도 안 했다

입력 2020-12-13 17:36

서울시가 지난 2017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됐던 ‘박원순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조사했으나 작성 주체와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울시는 이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던 변 후보자에 대해선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애초에 변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면서 ‘부실 조사’라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 측은 이 문건은 ‘음해용 괴문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일보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서울시가 작성한 ‘SH공사 인사 관련 의혹사항 조사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다. 2017년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SH공사 인사조직책임자(기획경영처장) POOL’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변 후보자의 당시 SH 사장실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에는 SH 주요 간부들의 정치적 성향과 박원순 시장과의 친분 관계 등이 적혀 있었는데, 야당은 변 후보자가 인사에 이를 활용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박 전 시장은 2017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실제 이런 문건이 존재한다고 확인이 됐습니까”라는 질문에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서울시는 “SH공사 A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사 블랙리스트’라는 문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문서를 실제 변 사장이 활용할 목적으로 작성했는지, 아니면 SH공사 내부에서 누군가가 변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기 위해 허위작성해 유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의혹의 중심에 섰던 변 후보자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은 이 문건이 사장실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는데, 서울시는 비서실을 통해 변 후보자에 대한 서면조사만 실시했다. 당시 박 시장은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가 의혹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변 사장이 문건 존재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에 특별히 대면조사를 할 만한 내용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 차원의 행정적인 조사는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당사자들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구체적인 문건 작성 경위까지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체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별도로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고, 작성 경위와 별도로 부당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부당인사 의혹의 경우 좌천성 인사발령 및 특혜 승진 등은 인사기록 및 당사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결론내렸다. 서울시는 이런 조사 결과를 2018년 3월 SH 측에 통보했다. 2017년 당시 내부에서 의혹 제기를 주도했던 인사들은 현재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당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한 인사는 “현재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변 후보자는 당시 이 문건이 ‘음해성 괴문서’라는 입장이다. 변 후보자는 국민일보에 “서울시와 공사에서 수차례 검증을 거친 사안”이라며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변 후보자 측 관계자도 “이 문건이 변 사장실에서 나온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변 후보자는 문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변 후보자의 당시 SH 사장 연임을 반대하는 측에서 변 후보자 음해를 위해 허위 괴문서를 만든 정황이 많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이상헌 이현우 김판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