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신 접종 시작… 전국 배송은 ‘참치 컨테이너’로

입력 2020-12-13 17:29 수정 2020-12-13 17:53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14일(현지시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백신이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를 잠재우는 특효약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백신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회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에 필요한 승인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13일 오전부터 백신 생산시설이 있는 미시간주의 캘러머주 공장에서 최초 백신 물량을 운송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백신들은 14일 아침 미국 전역 145개 배송지에 도착해 백신 접종이 개시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운송 ‘초고속 작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12일 브리핑을 갖고 백신 운반과 접종의 시간표를 공개했다.

의사·간호사·응급요원 등 의료분야 종사자들과 양로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백신 최초 공급분을 접종받을 예정이다. 최초 공급되는 백신 물량은 앞으로 3주 안에 지역 병원 등을 포함해 각 주 정부가 지정한 접종 시설로 배포된다. 지정된 병원과 요양시설에 백신이 도착하면 긴급 접종이 바로 실시될 계획이다.

퍼나는 백신 최초 운송을 미군과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에 상륙했던 ‘디데이(D-Day)’에 비유했다. 퍼나는 “디데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고, 그것은 ‘끝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퍼나는 이어 몇 달의 작업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성실과 용기, 강함이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신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시간이 더 지나야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백신을 3주에 걸쳐 두 차례 접종 받아야 약효가 발생하는 데다 미국이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려면 전체 인구의 70∼80%가 백신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해 운송 과정에 드라이아이스와 특수 컨테이너가 동원된다. 배송을 담당할 UPS는 이를 위해 매일 2만4000 파운드(약 1만880㎏)의 드라이아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백신을 담은 컨테이너에는 위치와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물류업체 본부로 전송하는 첨단 센서도 부착된다.

특수 컨테이너는 횟감용 참치 운송에 쓰이는 초저온 냉동고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냉동고 전문 업체 서모킹(Thermo King)은 참치 냉동고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화이자 백신 컨테이너를 개발했다고 CNN 비즈니스가 전했다. 컨테이너는 약 6m 길이로 대당 화이자 백신 30만회분을 운송할 수 있다. 서모킹 컨테이너는 서방 각국의 엄격한 시험을 거쳐 처음으로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이미 세계 곳곳에 배치된 상태다.

서모킹은 고급 횟감용 참치를 남태평양 산지에서 일본까지 운반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를 제작해온 업체다. 참치가 특유의 진한 붉은 빛깔을 유지한 채 레스토랑까지 운송되려면 영하 60도의 초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서모킹은 화이자 백신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비 일부를 변경하고 단열재를 추가해 영하 70도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조성은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