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실기 리코더 가져오래요”… 속 타는 학부모들

입력 2020-12-13 17:07
국민일보 DB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기말고사를 앞둔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서울지역 중·고교는 오는 28일까지 ‘거리두기 3단계’에 해당하는 원격수업이 진행되지만 수행평가를 포함한 기말고사 등 필수 학사일정은 예외적으로 등교 방식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중2 학부모 박모(50·여)씨는 13일 “기말고사가 진행되는 14일부터 18일까지 아이가 학교에 직접 등교해 오전부터 오후까지 필기시험을 보게 됐다”며 “하필이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나오는 시기라 너무 속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생들도 비대면 시험을 보고 있는데 어린 학생들은 왜 굳이 등교 시험을 봐야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씨는 등교 시험 강행으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공정성 시비도 소개했다. 학교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자가격리에 들어간 반 친구 1명에게만 수행평가로 기말고사를 대체해줬다는 것이다. 그는 “과목마다 평가 기준이 모두 다르고 필기시험과 직접 비교도 어려운 만큼 성적 산출 과정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기말고사 기간 급식 운영만이라도 중단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초구에 사는 학부모 박모(45·여)씨는 “학교에서 18일부터 기말고사를 시작하는데 동시에 급식도 재개할 방침이라고 한다”며 “급식소에서 제대로 방역 통제가 이뤄질 지 의문인데 차라리 오전·오후반을 나눠서 시험을 보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급식 중단이 어렵다면 밀집도를 최대한 낮추는 방향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를 바랐다. 학교에서 학년별 등교 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한 만큼 빈 교실을 시험장으로 적극 활용해 인원을 분산시켜달라는 것이다. 그는 “수능 때 설치된 책상 가림막이 그대로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밀집도를 줄이지 않으면 쉬는 시간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고 전했다.

실기시험 중에서도 방역과 거리가 먼 평가 방식에 불만을 호소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서모(45·여)씨는 이번 주에 학교에서 리코더를 가져와 연주를 하는 수행평가가 있다는 딸 아이의 말을 듣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서씨는 “학교에 가서도 시험 직전까지 아이들이 마스크를 내리고 리코더 연주를 해볼 텐데 그 자체로 비말 감염 위험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역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도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돌봄 공백 우려에 따라 ‘3분의 1 등교’를 유지해왔지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자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돌봄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긴급돌봄교실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학습격차 발생을 줄이기 위한 학사일정 조정·원격수업 지원책도 곧 발표된다.

최지웅 강보현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