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아니다”는 변창흠, 오히려 공급 불안 가중?

입력 2020-12-13 17:04 수정 2020-12-13 17:05
변 후보자 “공급 부족 불안 심리가 주택 가격 상승 초래”
공급 대책으로 공공자가주택, 역세권 고밀개발 주장
“수년 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성과 별로”
패닉 바잉 여파로 올해 들어 노원·성북구 등 가격 급등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와 기고문 등에서 여러 차례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실제 변 후보자 말대로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5만3000가구로 과거 10년 평균(3만4000가구)보다도 많았다. 그러나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와 공급 불안, 저금리 등이 맞물려 30대 이하 세대를 중심으로 ‘패닉 바잉’이 급증하면서 주로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졌다.

문제는 변 후보자가 시장의 이런 공급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부터 입주 물량 급감이 예고돼 있다. 그동안 변 후보자가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과 변 후보자가 주장해온 공공자가주택과 역세권 고밀 개발의 공급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가중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13일 KB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성북구의 11월 기준 평당(3.3㎡)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32.8%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원구(32.4%), 강북구(29.4%), 동대문구(28.8%), 구로구(27.7%), 도봉구(26.9%)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3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 구매가 눈에 띄게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노원구의 30대 이하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4161건에 달했다. 강서구가 3123건, 구로구는 2526건, 성북구는 2381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가주택이 많은 서초구나 강남구의 평당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12.2%, 15.0% 수준으로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보다는 낮았다. 서초구와 강남구의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도 1172건, 1377건으로 노원구나 성북구 등보다는 적었다.

아파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전세난 등이 복합적으로 젊은 세대의 패닉 바잉을 부채질했다는 얘기다.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도 나온다.

변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이런 공급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변 후보자가 취임하더라도 ‘김현미 장관 시즌2’가 될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정부가 민간 영역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계속해서 공공임대 물량 확대만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공급 불안을 더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려는 방안이고, 중산층이 원하는 것은 내 집 마련인데 정부가 중산층마저도 임대주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가 역세권 고밀개발 등의 공급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 역시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세권 고밀개발 구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실제 성과는 별로 없는 것”이라며 “공급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