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 70여명은 앞다퉈 새로운 탄소제로 대책을 소개했다. 파리 기후협정 5주년을 맞아 유엔과 영국,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불참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68%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목표치를 상정하는 이유는 우리가 친환경 괴짜라서가 아니다”며 “지구를 구하고, 수많은 첨단기술 분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에 앞서 영국 정부는 석유, 석탄, 가스 분야 자국 기업들의 해외 사업에 제공해왔던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주 회원국들 간의 철야협상으로 도출된 새로운 목표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기후 행동을 확대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탄소배출량을 2005년과 비교해 65% 이상 줄이고, 1차 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 연료 비중을 2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산림을 늘리고, 풍력·태양력 발전 용량을 12억㎾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모든 면에서 녹색 경제 및 사회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에 수렴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을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의 기둥 중 하나로 삼겠다고도 강조했다.
인도는 새로운 약속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회의에 참석해 풍력 및 태양력 에너지 분야의 확대를 약속했다.
알록 샤르마 영국 기업에너지부 장관은 “45개국이 2030년을 향한 새로운 기후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금세기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영 BBC방송은 재정 문제에서 거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을 향해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연간 1000억 달러(109조원) 공여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그는 “개도국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친환경적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올해부터 연간 1000억 달러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행이 심하게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파리기후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참석은 없었지만 일부 주지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공화당 소속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민주당 소속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올인(all-in)’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