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이동통신 3사의 전략은 통신 분야 이외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각사가 집중 추진하는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통신 3사의 비통신 분야 육성은 이미 여러 해를 거쳐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여전히 통신 사업이 주력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영역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면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의 ICT(정보통신기술)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비통신 비중이 30.7%(3분기 기준), KT가 35%에 육박하며, LG유플러스는 아직 20%대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은 기존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을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해 ‘AI 빅테크’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MNO사업부를 자율성과 성과를 강조하는 의미의 ‘마케팅컴퍼니(CO)’로 탈바꿈시켰다. 핵심 조직인 모바일 컴퍼니를 비롯해 구독형 상품, 혼합현실(MR) 서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 컴퍼니 등이다. AI 서비스단은 AI&CO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SK ICT 패밀리사의 모든 상품 및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업공개(IPO)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MS‧아마존‧우버 등 글로벌기업 협력, 해외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 기업공개(IPO)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국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자회사들의 IPO 지원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웨이브와 최근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에 이르는 자회사들의 IPO를 예고해 왔다.
또 박정호 사장은 반도체 자회사 SK하이닉스의 부회장을 겸직해 SK텔레콤의 그룹 내 중간지주사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SK텔레콤이 지난달 선보인 AI 반도체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모를 공식화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업고객과 공공부문의 디지털 전환에 중점을 뒀다. 지난 달 선보인 B2B 브랜드 ‘엔터프라이즈’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했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AI/DX융합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산하에 ‘KT랩스’를 새로 마련해 신사업 개척의 중책을 맡겼다. 혁신사업을 주도한 미래가치TF는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상, 최고경영자(CEO) 직속조직으로 꾸려졌다.
취임 2년차를 맞은 ‘KT맨’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했다는 평가다. 강국현 커스터머부문 사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 사장을 승진시켜 3인의 사장단이 KT를 이끌게 됐다. 앞서 구 대표와 ‘투톱체제’였던 박윤영 기업부문장(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출신 최초 CEO인 황현식 신임 사장과 함께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그동안 ‘탈통신’에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뒤엎고 산재된 조직을 모아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기로 했다. 우선 스마트헬스, 보안, 광고, 데이터 등 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데 가닥을 모으고, 당분간 황 사장이 직접 조직을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B2B 부문은 5G 확산과 정부의 디지털 뉴딜 등에 따른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해 전담 조직을 두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의 행보에 대해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춘 조직개편”이라며 “리더의 사업 구상을 실현해나갈 조직을 정비하고, 적임자를 중용함으로써 조직 내·외부에 사업 방향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줬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