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갈대밭에서 푸른빛의 일회용 마스크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북쪽 해안을 따라 난 굽은 산책로에, 조약돌 해변에, 습지의 가장자리에 마스크들이 엉켜있다. 주민 피터 오트슨(71)씨는 “이젠 쓰고 버린 마스크가 길바닥의 담배 꽁초처럼 여겨진다”면서 “눈을 돌리는 곳마다 보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엔 설상가상으로 이달부터 우기가 시작돼 도심의 쓰레기도 바다로 씻겨내려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 위기와 교육 격차, 우울증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가운데 인간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보호 장비가 환경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는 매년 하루씩 해양 폐기물을 수거하는 ‘클린업 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올해는 9월 내내 폐기물을 수거했다. 그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WP는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수거된 쓰레기의 약 75%가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었고 대부분 마스크, 빨대, 물병, 테이크아웃 용기 등 일회용품이었다”면서 “특히 개인 보호 장비가 회수된 쓰레기 50개 항목 중 12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수술용 마스크를 비롯해 많은 종류의 마스크들이 플라스틱 성분을 가지고 있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와 먹이사슬을 해친다. 일회용 마스크가 분해되는 데는 450년 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해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인간이 대량 생산한 제품이 인간을 새롭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해양포유동물센터(MMC) 자연 보호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인 애덤 래트너는 “우리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비롯한 보호 장비를 사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지금은 해양 폐기를 멈출 때다. 해양쓰레기는 국경을 모른다”고 말했다.
홍콩 해양환경 보호단체 오션스아시아도 13일 팬데믹이 양산한 폐마스크 15억6000만개가 전세계 바다로 밀려들었다고 밝혔다.
오션스아시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구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해양에 4680~6240t 규모의 플라스틱 오염이 증가했다”면서 “위생에 대한 우려와 포장음식 증가로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한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가방 사용 금지 등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조치는 후퇴하거나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 착용 독려와 함께 각국 정부에 일회용 마스크의 대체재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