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뱅크시가 벽화를 그린 주택의 가격이 약 4억원에서 72억원까지 치솟고 있다. 돈벼락을 맞은 집주인은 집을 처분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뱅크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Aachoo(아츄)’라는 문구와 함께 3장의 벽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벽화에는 재채기하는 할머니 모습이 담겨 있다. 재채기의 충격에 할머니의 틀니가 날아가고 손에 들고 있던 가방과 지팡이는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 벽화는 영국 서부 브리스틀시의 한 주택가 입구에 있는 건물 외벽에 그려졌다. 이 집은 경사가 22도에 이르는 오르막에 지어졌다. 뱅크시는 경사를 이용해 벽화 속 할머니의 재채기가 옆집 쓰레기통을 넘어뜨리고 사람까지 쓰러뜨리는 것처럼 묘사했다.
벽화가 뱅크시의 작품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집값 상승을 예견한 집주인은 돌연 주택 매매를 취소했다. 집주인 아들 니콜라스 마킨은 영국 ITV에 출연해 “매매 1주일 전에 판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또 벽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 보호막을 설치했다.
벽화가 그려지기 전 이 집의 가격은 마을 평균 매매가격인 30만 파운드(한화 약 4억3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벽화가 그려진 뒤로 값은 급상승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한 미술작품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벽화 가치가 500만 파운드(한화 약 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뱅크시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대표작은 ‘풍선과 소녀’ ‘꽃을 던지는 사람’.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 주제 의식으로 주목을 받는다.
뱅크시만의 날카로운 주제 의식을 담은 대표 작품은 영국 런던 소더비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영국 의회의 무능을 비판한 초대형 유화 작품 ‘위임된 의회’는 지난해 10월 소더비경매에서 987만9500파운드(약 142억원)에 낙찰됐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유화 작품 ‘쇼 미 더 모네(Show Me The Monet)’가 755만1600파운드(한화 약 108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