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이 서울을 넘어 지방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집값이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24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가시화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첫째 주(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값은 0.27% 상승했다. 지난주(0.2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번 주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앞서 3주 전 0.25% 상승해 8년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뒤 불과 3주 만에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올라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으로 강남(0.05%) 송파(0.04%) 서초·강동(0.03%) 등 강남 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또 노원구(0.05%)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주공 1·6단지가 위치한 상계동 위주로 올랐다. 마포·광진·동대문구·강서구(0.04%) 등도 상승세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올라 지난주(0.1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도는 0.27% 오르며 전주(0.24%) 대비 상승폭이 커졌고, 인천은 0.15% 올랐다. 규제를 비껴간 파주는 1.18% 오르며 3주 연속 주간 상승률 1% 이상을 기록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0.35%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 아파트값도 지난주 0.44%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0.5% 상승했다. 부산(0.58%), 대구(0.62%), 울산(1.15%) 등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의 영향으로 세입자들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에 나서고, 투기세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 비규제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값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4일 8억6500만원에 거래돼 종전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달 9일 7억9000만원으로, 불과 일주일도 안 돼 7500만원이나 올랐다.
또 울산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 2단지(전용면적 101.48㎡)가 지난달 12일 14억2000만원에 팔렸다. 앞서 지난달 6일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일 만에 6000만원 올랐다.
업계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 실수요가 늘어나고, 비교적 정부 규제가 덜한 지방에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주택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