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에게 13일 오후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선수 시절 유일한 해외 경험을 쌓았던 일본 J리그 비셀 고베와의 대결이라서다.
김도훈 감독은 12일 준결승을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고베는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팀”이라면서 “사는 동안 고베를 잊지 못할 것이다. 고베 팀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뛴 선수로서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상대 감독 역시 김도훈을 향해 존중을 나타냈다. 미우라 아츠히로 고베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도훈 씨(상·さん)는 고베의 레전드로서 좋은 스트라이커였다”면서 “(ACL) 추첨식 당시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일본어가 유창했다.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들 역시 경기를 앞두고 김도훈 감독의 과거 고베에서의 이력을 재조명했다.
김도훈 감독은 1998년 전북 현대에서 임대로 고베에 건너와 2시즌 동안 뛰면서 58경기에서 27골을 기록, 경기당 0.5골에 가까운 득점력을 폭발시켰다. J리그 합류 2년차였던 고베로서는 팀이 1부 리그에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다. 2015년에는 고베 구단 창단 20주년 기념 자선경기에서 레전드 자격으로 뛰기도 했다.
선수 시절 당시 김도훈 감독은 일본 대표팀 출신 공격수 나가시마 아키히로와 함께 투톱으로 뛰었다. 1998시즌 개막전인 나고야 그램퍼스전에서 J리그 데뷔전 데뷔골과 결승골을 집어 넣었다. 일본 축구전문매체 사커킹은 “김도훈은 세레소 오사카에서 이적해온 왼발 스페셜리스트 하석주와 함께 ‘코리안 핫라인’을 형성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도훈 감독은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이라면서 “항상 고베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좋은 추억과 기억을 갖고 있는 도시”라고 현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울산 팬들과 고베에서 기억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승리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