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빅딜’로 로봇 업체를 선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이 2400억원 가량의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보유할 만큼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결국 미래 산업에서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 기술의 확보는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미래 모빌리티를 만들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지향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로봇 사업 진출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제조, 서비스 역량과 로봇 기술의 결합을 통해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 80%(현대차 30%·현대모비스 20%·현대글로비스 10%·정의선 회장 20%)를 확보해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그간 정 회장은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메시지를 통해 밝혔듯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래 산업에서 로봇 기술은 이러한 가치를 충족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췄다. 상업적 용도뿐 아니라 치안·안전·보건 등 인류를 위한 공공 서비스 영역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그룹은 로봇 사업 목표를 물류와 이동형 로봇을 거쳐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잡았다. 사람의 팔·다리 등을 대체하는 로봇을 개발해 재난구조, 의료 및 헬스 케어, 자율주행 이송, 안내 지원 보조 등 다양한 실생활 영역에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 로봇 기술은 기존 자동차 분야와 더불어 자율주행차·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분야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판단과 정밀 제어가 가능해지고, ‘걸어 다니는 차’ 개발 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정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로봇 산업의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산업용 로봇 시장이 매년 14%씩 성장해 내년 63만여대가 판매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리포트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3년 3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그룹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