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침부터 운송…14일 아침부터 접종 시작
백신 두 번 맞아야…의료 종사자·노인 최초 접종
미국, 올해 안에 ‘1차 접종’ 2천만명 목표
미국에서 14일(현지시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백신이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를 잠재우는 특효약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백신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회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에 필요한 승인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13일 아침부터 백신 생산시설이 있는 미시간주의 캘러머주 공장에서 최초 백신 물량을 운송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백신들은 14일 아침 미국 전역 145개 배송지에 도착해 백신 접종이 개시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425개 배송지엔 15일, 나머지 66개 배송지엔 16일 각각 백신이 도착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합친 636개 배송지에 화이자 백신을 초기 공급할 예정이다.
백악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운송 ‘초고속 작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12일 브리핑을 갖고 백신 운반과 접종의 시간표를 공개했다.
이번 공급되는 백신 물량은 290만회를 투여할 수 있는 물량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이자 백신과 (아직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모더나 백신 모두 2차례의 접종을 필요로 한다”면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2000만명이 1차 접종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사·간호사·응급요원 등 의료분야 종사자들과 양로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백신 최초 공급분을 접종받을 예정이다. 다만, AP통신은 “아직도 어떤 사람들이 백신을 먼저 맞을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은 아니다”면서 “퍼나 대장은 의료 당국이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최초 공급되는 백신 물량은 앞으로 3주 안에 지역 병원 등을 포함해 각 주 정부가 지정한 접종 시설로 배포된다. 지정된 병원과 요양시설에 백신이 도착하면 긴급 접종이 바로 실시될 계획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해 운송 과정에 드라이아이스와 특수 컨테이너가 동원된다. 배송을 담당할 UPS는 이를 위해 매일 2만 4000 파운드(약 1만 880㎏)의 드라이아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백신을 담은 컨테이너에는 위치와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물류업체 본부로 전송하는 첨단 센서도 부착된다.
퍼나는 백신 최초 운송을 미군과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에 상륙했던 ‘디데이(D-Day)’에 비유했다. 퍼나는 “디데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고, 그것은 ‘끝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다"라고 말했다. 퍼나는 이어 몇 달의 작업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성실과 용기, 강함이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신이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시간이 더 지나야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백신을 3주에 걸쳐 두 차례 접종 받아야 약효가 발생하는 데다 미국이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려면 전체 인구의 70∼80%가 백신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1일 화이자 백신의 사용을 긴급 승인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12일 화이자의 사용을 권고했다. 백신 사용을 위한 사전 절차들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ACIP 권고를 수용해 백신 사용을 공식 승인하면 그때부터 백신이 접종될 수 있다.
피터 마크스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16∼17세 청소년들이 백신을 맞는 게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스 소장은 그러나 임산부의 백신 접종에 대해선 개인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