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김기덕 감독이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2018년 말 출국한 뒤 국내 측근, 영화계 인사들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계 지인들은 12일 김 감독이 주로 러시아 주변국들에 머물며 우호적인 해외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현지 활동에 집중하는 한편, 피해자 및 피해자 증언을 보도한 언론과 소송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18년 김 감독이 친한 키르기스스탄 평론가의 도움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김 감독과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한 관계자도 “어제 기자의 전화를 받고 소식을 알았다”면서 “2018년 출국 당시 짧은 통화가 마지막이었고 이후에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도 “최근 국내에서 김 감독과 교류하는 지인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다들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영화계에서는 단체 차원의 공식 추모나 애도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영화인들은 SNS에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전 집행위원장은 전날 밤 SNS에 “카자흐스탄에서 라트비아로 이주해서 활동하던 김 감독이 환갑일 12월 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면서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과 친분이 있는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도 “참 외롭게 가시네요. 인사동 막걸리가 마지막이었네요. 기덕이 형 잘 가요”라는 짤막한 글을 SNS에 게시했다. 원 대표는 통화에서 “동시대를 살았던 영화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박탈감을 느끼고 외로워했었다. 외롭게 영화를 만들다 쓸쓸하게 갔다”고 했다.
‘해안선’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강재훈 감독도 원 대표의 SNS 글에 “두 영화를 조감독으로 모셨는데. 건강하셨는데, 너무 황망하네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추모했다.
현재 국내에는 김 감독의 아내와 자녀 등 유족이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라트비아 현지로 가지 못하고 대사관에 장례를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주말인데다 라트비아 현지 사정도 좋지 않아 월요일 이후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질 것 같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