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조두순이 12일 만기 출소하면서 12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표정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비교적 담담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 손에 귤을 들고 있던 그는 반성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한 채 뒷짐을 지고 고개를 숙였다.
조두순은 12일 오전 6시45분 관용차를 타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한 안산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로 향했다. 1시간 5분 뒤 보호관찰소에 도착한 그는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크로 얼굴을 가린 채 관용차에서 내렸다. 카키색 롱패딩에 청바지 차림이었던 그는 오른손에 귤 하나를 들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조두순에게 취재진은 “반성하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조두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갔다. 준법지원센터에서 거주지 주소 등을 신고한 조두순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개시 신고서 등을 제출하고 준수사항을 고지받았다.
이같은 행정절차를 마치는데 1시간가량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자는 통상 대중교통이나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만 교정당국은 이날 출소부터 조두순에게 관용차를 제공했다. 전자발찌 부착 직후 1대1 밀착 감독 대상자가 되고 대중교통 이용 시 이동 과정에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산준법지원센터는 조두순이 행정절차를 밟는 동안 브리핑을 했다. 고정대 안산준법지원센터 전담보호관찰관은 “조두순은 이날 오전 6시쯤 전자장치를 부착했으며 이와 동시에 1대1 보호 관찰이 시작됐다”며 “주거지로 이동해서 외출감독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 관찰관은 또 “조두순이 피해자에게 사과 의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 자체가 2차 가해이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동과정에서 조두순이 ‘시민들의 분노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질렀다. 반성하며 살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런 브리핑이 끝난 뒤 오전 8시43분, 조두순이 준법지원센터에 나왔다. 취재진이 재차 “반성하냐”고 묻자 뒷짐을 진 채 허리를 숙였다. 피해자에게 전할 사과의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별도의 답변 없이 차량에 탔다.
조두순이 관용차를 타고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오자 기다렸던 시민들이 관용차에 달려들어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분노한 시민들은 차량 상부에 올라타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시민들을 만류하며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도 이어졌으며 관용차가 주거지로 향하자 여러 대의 차량이 이를 추격하기도 했다.
한편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하던 8살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12일 만기 출소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