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모(35)씨는 잘 놀던 두 살 아들이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입원까지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평소 밥도 잘 먹고 건강했던 아이가 그날 새벽에 갑자기 배가 아파 훌쩍거리다 이내 심한 복통으로 10~15분 주기로 바닥을 뒹굴 정도로 심해졌다. 특히 약간의 붉은변까지 보게 돼 바로 응급실을 찾았고 X선과 초음파 검사를 받은 후 ‘장중첩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치료가 되어 다행이지만 단순 소화불량으로만 알았던 아이 증상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장중첩증은 상부의 장이 망원경을 접는 것처럼 하부의 장 속으로 밀려 들어가서 겹치거나 포개어져서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질환이다.
보통 소장이 대장으로 말려 들어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혈액 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면 장 괴사가 생기면서 장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주로 2세 미만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영유아는 의사소통이 힘들어 보호자는 아기 증상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무열 과장은 12일 “가장 흔한 증상은 주기적인 복통으로, 장이 갑자기 꼬인 상태이기에 건강하게 잘 지내던 아기도 심한 고통에 울며 다리를 배 위로 끌어 당기기도 하고 장이 막혀 구토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과장은 “이러한 발작을 1~2분 정도 한 후 약 5~15분간 무증상 현상이 반복되며 이때 끈적끈적한 혈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심 증상을 보이면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서 진단한다. 장이 말려 들어갔기 때문에 횡단면에서 장이 겹쳐진 모양을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다. 아쉽게도 소아 장중첩증은 뚜렷한 원인이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 면역력 약화와 장염 등을 일으키는 세균 감염으로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감기와 식중독 등 흔한 질병으로도 유발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양치, 손씻기 등 위생관리와 감기 등 가벼운 질병도 병원을 찾아 진료와 검사를 받은 것이 중요하다.
치료법은 탈수를 교정하기 위해 수액요법을 실시하고 방사선 투시 하에 공기를 주입하고 압력을 이용해 말려 들어간 장을 원래대로 되돌리게 된다. 하지만 시술로 치료가 되지 않거나 창자 괴사 및 천공, 복막염이 의심될 경우 장 절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장중첩증 환아의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재발 가능성인데, ‘공기 정복술(공기 관장)’로 잘 풀렸다고 해도 10% 정도에서 재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남아와 만 2세 미만의 소아에서 장중첩증이 쉽고 흔하게 발생하고 10%는 재발하며, 일부 환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만큼 응급치료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과장은 “재발 여부를 확인하면서 아기의 탈수 교정을 위해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좋고 시술로 잘 풀렸고 장 괴사가 없으며 장 절제술을 받지 않았다면 큰 후유증을 남기지는 않는다”며 “소아 장중첩증은 조기 발견시 대부분 치료 가능하나 시기를 놓친다면 절제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증상도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