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동물들은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당합니다. 공고기간이 끝난 유기동물, 치명적인 질병이나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할 수 없는 동물들이 주요 대상이죠.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담당 수의사들은 ▲다른 동물과 격리된 장소에서 집행할 것 ▲1차로 진정제를 주입할 것 ▲2차로 심정지약을 주사할 것 등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동물 안락사는 전국에서 매년 2만5000건 넘게 집행되지만, 그 비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번 개st상식에서는 안락사에 숨어있는 유무형의 비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안락사의 금전적인 비용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동물보호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인도적 안락사에 사용되는 약품 비용은 마리당 평균 3638원입니다. 대상 동물의 체중에 따라 비용은 추가로 발생하며, 인건비는 제외합니다.
또한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비용도 추가로 발생하죠. 반려동물의 사체는 법제상 폐기물로 분류됩니다. 현재 합법적인 반려동물 사체 수습 방법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위탁처리 ▲허가받은 동물장묘업체 이용 등 3가지뿐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할 경우 평균 장례비용은 30만~40만원 수준이죠.
숨겨진 거대한 비용…집행자의 고통
안락사는 드러난 금전적 비용보다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림자 비용(Shadow Price)은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은 숨은 비용을 가리키는데요. 안락사에도 거대한 그림자 비용이 있습니다. 안락사를 집행하는 이들이 겪는 심적 고통이지요.
통계나 보고서에는 드러나지 않던 집행자의 고통은 어느 젊은 수의사의 죽음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6년 대만 타오위안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하던 31세 수의사 지안치쳉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는 동물보호소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공고기간이 끝난 유기동물 700여 마리를 안락사시켰죠.
그는 유기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고 입양을 촉구하려는 취지로 현지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방송 직후 그에게는 ‘아름다운 도살자’ ‘아름다운 사형집행자’라는 악플이 쏟아졌죠.
1년 넘게 악플에 시달리던 지안치쳉은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동물을 안락사할 때 사용하는 약물을 스스로에게 주사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인간의 삶도 개와 다르지 않다. 저 또한 같은 약물로 끝을 맺겠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개st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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