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겨냥한 정의선의 눈…현대차그룹, 美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입력 2020-12-11 17:36
4족 보행 로봇 스팟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로보틱스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분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은 물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추구 가치 ‘인류를 위한 진보’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로봇 관련 신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총 11억 달러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보유하게 된다. 나머지 20% 지분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갖는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 회장 20%로 구성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이와 관련 각각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인수는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지는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대규모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시장 진입은 물론 스마트 물류 솔루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을 활용한 재난구조, 의료 케어 등 공공 영역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자동차 분야의 제조·생산·기술 개발·물류 부문과 더불어 자율주행차·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시대가 찾아오면서 로봇의 필요성도 증대되는 추세다. 또 미래차 시대에는 새로운 제품과 기술, 고도화된 커넥티드 서비스 등을 위해 로봇 기술을 통한 최첨단 인지·제어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물류나 운송, 건설, 서비스 등 산업 현장에서도 로봇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스팟’,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시키는 ‘핸들’ 등 다양한 로봇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발휘해 왔다.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