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재개한 이후 아홉 번째 사형이 집행됐다. 시민단체와 유명인들은 사형을 막으려 갖은 수를 동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형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과거 강도와 살인 사건에 가담한 40세 흑인 남성 브랜던 버나드는 이날 밤 인디애나 테러호트 연방 교도소에서 약물 주입 방식으로 삶을 마감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저녁 집행을 미뤄달라는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반대에도 사형 집행을 확정했다. 일부 유명인사 및 단체들도 집행 연기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버나드는 18세이던 1999년 6월 무리 4명과 함께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 기지에서 아이오와 출신의 젊은 목회자 부부인 토드 배글리와 스테이시 배글리의 차량을 탈취하고 부부를 살해했다.
당시 19세였던 주범 크리스토퍼 비알바는 배글리 부부를 납치해 차 트렁크에 가둔 뒤 총을 쐈으며 버나드는 그 이후 차에 불을 질렀다. 차량에 불이 붙기 전 부부가 숨을 거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총격을 받은 뒤에도 부부가 살아있었다면 버나드는 배글리 부부를 산 채로 불태운 셈이 된다.
앞서 5명의 배심원은 버나드가 배글리 부부를 살해할 의도를 갖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그가 범행 당시 18세였고 가담 정도가 낮아 재범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배글리 부부가 차에 방화 전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비알바에 대한 사형은 지난 9월 집행됐다.
버나드는 사형 집행 직전 “미안하다. 이것이 내가 범죄 당일과 지금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라고 말했다.
버나드의 죽음을 막기 위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며 미국에서는 사형제와 관련된 논란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부인 킴 카다시안은 버나다를 사형해선 안 된다며 그의 구명 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사형 집행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금 너무도 엉망진창이다. 그들이 브랜던을 죽였다”며 “그가 일생 배운 메시지는 잘못된 무리와 어울리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연방정부를 비난했다. 버나드가 일련의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나쁜 친구를 만나서’라고 설명한 것이다.
카다시안은 트윗에서 버나드의 사형을 집행하면 안 되는 이유를 5가지로 설명했다. 그가 범행 당시 18세였으며 총을 쏜 당사자가 아니었고, 검사와 5명의 배심원들이 관용을 베풀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 그가 십수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했고 그의 감형을 위한 초당적인 여론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범행 당시 어렸다는 점이 납치와 강도, 살인, 방화라는 끔찍한 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 있냐는 지적이다.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 부부보다 살인범의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행한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은 이번이 아홉 번째다.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남은 4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도 집행한다면 총 집행 건수는 13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BBC방송은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100여년 만에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한 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