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법관 사찰 의혹’ 사건이 서울고검 감찰부에 배당됐다.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이 조사하던 ‘감찰부 적법절차 위반 진정 사건’은 형사부가 맡았다.
법관 사찰 의혹은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겨냥해 수사하고 있던 사안이다. 앞서 대검이 이를 서울고검에 넘기자 법무부는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반발했다. 윤 총장이 이해충돌을 이유로 수사지휘를 회피한 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지휘로 재배당된 것이지만, 법무부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고검장 조상철)은 전날 두 사건을 감찰부와 형사부에 각각 배당했다. 법관 사찰 의혹은 대검 감찰부 감찰3과가 수사하던 사건이다. 대검 감찰부의 적법절차 위반 등에 대한 진정사건의 조사는 대검 인권정책관실이 진행하고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법관 사찰 의혹 등 6개 비위 혐의를 들어 윤 총장을 징계청구하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26일에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지난 2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한 경위에 대해 대검에 수사의뢰했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5일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대검 수뇌부는 지난 2일 대검 감찰부 수사 절차에 대한 이의·인권침해 주장이 담긴 진정서가 접수됐다며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지난 8일 “감찰부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며 수사 중단을 지시하고 사건을 서울고검에 재배당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이해충돌 사유로 지휘를 회피해 조 차장검사가 대신 수사과정을 지휘했다. 윤 총장이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직무배제에서 풀려난 직후 일어난 일이었다.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대검 감찰부에 대한 진정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는 등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이 한동수 부장 지휘로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피의자 입건한 것은 법령상 보고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허 과장과 일부 감찰연구관은 당초 한 부장의 문건 확보 경위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수사 중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무부는 대검이 서울고검에 사건을 재배당하자 “지시 시기, 경위 등을 볼 때 대검 차장의 지시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대검 감찰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고, 서울중앙지검 관할 수사사건임에도 감찰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검에 배당했다”면서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다시 배당하며 맞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 법무부는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