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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골 마을에 대형 골프장이 생겼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온 외지인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더니 골목마다 낯선 개들이 눈에 띕니다. 불쌍해서 어쩌나. 그런데 며칠 뒤 우리 집 앞마당에 개 두 마리가 버려진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이 이야기는 경기 포천시의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폭우 쏟아지는 날…마당서 발견된 솜뭉치들
지난 7월 말, 포천에는 정오의 여름비가 쏟아지고 있었어요. 산책하자고 졸라대는 진돗개들과 제보자 정지니(36)씨는 마지못해 마당으로 향했죠. 그런데 이게 뭐람? 처마 밑에서 새하얀 솜뭉치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요. 가까이에서 보니 새하얀 말티즈 두 마리였죠.
두 말티즈는 얼마 전 태어난 아기 진돗개 5마리의 짓궂은 장난을 다 받아주며 놀았죠. 제보자는 “시골집을 방문한 자녀들이 데려온 개들이겠구나” 싶어 흐뭇하게 지켜봅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일주일이 지나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수소문을 해봐도 두 말티즈를 알아보는 동네 주민은 아무도 없었죠. 불쌍한 남매는 버려진 겁니다.
그런데 유기견이 발견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쯤 동네 뒷산에 대형 골프장이 새로 건설되고, 외딴 마을에 고급 승용차와 외지인들이 드나듭니다. 제보자는 “CCTV가 없는 으슥한 골목에서 버려진 개들이 발견됐다”고 말합니다. 이젠 남의 집 마당에다 개를 버리는 상황까지 오다니. 제보자는 골프장이 원망스러웠지만, 가엾은 말티즈 남매를 차마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낼 수 없었어요.
제보자는 말티즈 남매를 병원에 데려갑니다. 검사 결과 녀석들은 다행히 건강했습니다. 나이는 1살로 추정되며, 유기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착하고 건강한 말티즈였죠. 제보자는 “굳이 (유기한) 이유를 찾자면 3㎜ 정도 앞으로 튀어나온 돌출턱이 유기범은 거슬렸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제보자는 말티즈 남매를 키우고 싶었지만, 키우던 진돗개 부부가 심하게 경계했어요. 아쉬운 마음에 제보자는 100만원을 들여 남매를 중성화하고 미용까지 시킨 뒤 입양 보낼 준비를 합니다. 그때까지 제보자는 몰랐어요. 구조한 유기견의 입양처를 찾느라 그 이후 5개월 동안 얼마나 괴로울지 말이죠.
입양처의 변심, 3번의 파양…상처받는 남매들
남매의 첫 입양자는 이웃 주민 A씨. 평소 가깝게 지내던 A씨는 “애들이 예쁘다” “실내에서 키우겠다”며 말티즈 남매를 데려갔죠.
그런데 3일 뒤, 유기동물 공고사이트를 둘러보던 제보자는 안락사 ‘D-7’ 예고 명단에서 말티즈 남매를 발견합니다. 따져 물으니 A씨는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 (입양한) 그날 바로 보호소에 보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습니다. 제보자는 곧장 동물보호소로 달려갔는데, 남매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제보자를 보자마자 오줌을 지립니다.
두번째 입양자는 일본 여성 B씨. B씨는 “한국인 남편과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곳에서 남매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지만, 다음날 갑자기 “일본으로 떠나게 됐다. 애들을 데려가라”고 선언합니다. 제보자는 생업을 미뤄두고 왕복 5시간 거리를 운전해야 했습니다. 세 번째 입양 가정은 입양 3일 만에 파양을 했는데 그 이유로 “개 비린내가 난다” “사람에게 다가오지도 않는 이상한 개들이다”라는 말을 했죠. 제보자는 심신이 지쳐갔습니다.
“남매가 파양될 때마다 너무 많이 울었어요. 하루에 10통씩 입양문의가 왔는데, 보러 온다고 했다가 잠수 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배변 훈련이 잘 된 애들인데…최소 1주일은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더니 쉽게 포기하더군요.”
파양을 거듭하면서 말티즈 남매는 정서가 불안해졌어요. 또 버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분리불안을 느끼고, 낯선 사람을 만나면 1m 이상 접근을 거부하는 조심성이 생겼습니다.
행복한 10월…천사같은 임시보호자를 만나다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며 여름이 가고 가을도 어느덧 복판에 들어선 지난 10월 반가운 연락이 옵니다.
“임시보호를 돕고 싶어요. 여기는 경기 가평군입니다.”
임시보호자(임보자)는 14살 된 노령견을 돌보는 신중한 가정주부였어요. 임보자의 집은 전원주택으로, 마당이 넓고 주변이 조용해서 개들이 지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죠. 이곳에서 충분한 산책과 돌봄을 받은 남매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습니다.
지난달 29일에는 수컷 포리가 서울 잠실의 가정에 입양 갔어요. 낯선 곳에 혼자 입양 갔지만 불안 증상을 보이지 않고 무난하게 적응했죠. 인스타그램(@lacuna1129)에 매일 올라오는 사진 속 포리는 무척 행복해 보인답니다.
수줍은 말티즈, 다솜이의 가족이 되어 주세요
이제 임시보호처에는 암컷 다솜이 혼자 남았어요. 취재진이 만난 다솜이는 성격이 매우 차분했는데요. 실내에서는 얌전하고, 산책할 때에는 동행자와 걸음을 맞추었답니다. 제보자는 “산책도 하루 1번만 해도 되고, 배변도 잘 가려서 고령자가 키우기에도 적합한 아이”라고 설명하네요.
취재진이 낯설어서 잔뜩 긴장하던 다솜이. 하지만 슬금슬금 곁에 다가오더니, 2시간 뒤에는 품에 안겼답니다.
단 2시간. 소심한 다솜이의 마음을 녹이는 데 필요한 시간이에요. 마지막 배웅을 나온 다솜이에게 취재진은 “꼭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줄게”라고 약속했답니다.
*수줍은 말티즈, 다솜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체중 4.3kg. 말티즈 믹스견(중성화 암컷)
-배변 교육 완료. 다른 개들과 잘 지냄.
-하루 1회 이상 산책 필수
-차분한 성격으로 고령자에게도 적합
*입양 문의를 원하는 분은 우측 설문을 작성해주세요. https://bit.ly/3qWppfQ
*경기 가평군의 임시보호처를 방문하시면, 다솜이와 동행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개st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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