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자랑한 ‘초고속 백신작전’, 나흘 뒤 빛 본다

입력 2020-12-11 16:15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앤테크가 공동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했다. 사진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로고 옆에 놓인 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 AFP연합뉴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로부터 긴급사용 권고를 받아냈다. 백신 공급에 필요한 중대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미국 전역에서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DA의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이날 8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찬성 17 대 반대 4로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을 FDA에 권고했다.

자문위는 일반적으로 백신 승인에 필요한 임상 자료와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화이자 백신이 가져다줄 효용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긴급사용 승인에 찬성표를 던진 오페르 레비 보스턴 어린이병원 정밀백신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에서는 매일 2000~3000명이 코로나19로 죽어가고 있다”며 “막대한 사망자 수를 생각했을 때 이것(화이자 백신)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FDA가 자문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화이자 백신을 최종 승인하면 바로 미국 전역에 대한 백신 수송 작전이 개시된다. 외신들은 FDA가 화이자 백신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FDA는 자문위의 권고를 예외 없이 따라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르면 이날 저녁, 늦어도 주말 동안에는 FDA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FDA 승인으로 공급된 백신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ICP) 권고 결정이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게 된다. AICP에서 권고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백신 공급까지만 허용되고 실제 접종은 허용되지 않는다. CNN방송은 이 결정도 13일 오후까지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17일부터는 모더나와 존슨앤드존슨(J&J),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긴급사용 안건을 심사하는 FDA 자문위 회의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모든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15일부터는 미국 전역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화이자가 올해 내로 미국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백신 물량은 5000만회분(2500만명분)에 달한다. 접종은 의사·간호사 등 필수시설 근무 인력과 요양원 거주자를 시작으로 단계별로 이뤄진다.

AP통신은 “인구의 70%가 백신을 접종받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몇 달 후 미국은 마스크를 벗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이유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팬데믹 상황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날 기준 하루 20만 명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는 16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 7000만 명 중 5분의 1은 미국에서 나왔다.

사망자도 지난 9일 최초로 하루 3000명을 넘어서며 총 3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각지에서 중증 환자를 위한 중환자 병상(ICU)도 턱없이 부족해지는 등 의료 역량이 한계에 부딪히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