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탈출한 점박이물범…반년 만에 ‘저 왔어요’

입력 2020-12-12 09:48
점박이물범 '두샤'. 연해주 아쿠아리움 캡처

물범도 연어처럼 회귀본능이 있을까. 러시아의 한 수족관 야외사육장에서 홀연히 사라진 점박이물범이 6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체중은 30㎏이나 빠져있었지만, 사육사를 반기는 애절한 눈빛은 여전했다.

10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사육사들의 애간장을 태운 녀석은 6살짜리 암컷 점박이물범 ‘두샤’다. 두샤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있는 ‘연해주 아쿠아리움’(Primorsky Aquarium)에서 생활하던 중 지난 5월 갑자기 사라졌다. 다른 물범 5마리를 남겨둔 채 홀연히 수족관을 탈출한 것이다.

당시 사육장 주변에는 울타리가 있었지만, 두샤는 유유히 통과해 자유를 맛봤다. 사육사들은 수족관 주변 수역에 어망 등 어업 도구가 산재해 두샤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보고 주변을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는데 실패했다.

점박이물범 '두샤'. 연해주 아쿠아리움 캡처

그렇게 추억으로만 남겨졌던 두샤는 지난달 말 수족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진 지 6개월 만이었다. 두샤는 다른 동료들과 어울리며 평소와 다름 없이 놀고 있었다. 자신을 살뜰히 돌보던 사육사도 알아봤고, 건강상태도 양호했다. 달라진 건 97㎏에 달했던 체중이 67㎏로 확 줄어 있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두샤의 행동을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점박이물범의 본능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소속 한 전문가는 “따뜻한 여름철이면 점박이물범들 가운데 일부 개체가 북쪽의 아무르강이나 한국의 부산으로 이동해 생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점박이물범들은 겨울철이 되면 자기가 생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점박이물범 '두샤'. 연해주 아쿠아리움 캡처

점박이물범은 북태평양과 캄차카반도, 알래스카, 일본 등에서 서식하는 동물로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수명은 30∼35년으로 물범류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류이기도 하다. 연해주 남부 표트르 대제만(灣)에는 두샤와 같은 점박이물범들이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