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훔친 코로나… 산타는 비닐 공에 갇혔다

입력 2020-12-12 10:38
비닐 공 안에 격리된 산타클로스, Chattanooga Times Free Press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성탄절 풍경도 바뀌었다. 산타와 어린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투명한 비닐이나 아크릴 판 등을 사이에 두고 만나야 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지난 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산타와 어린이의 만남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투명 아크릴 판 안에 갇혀있는 산타클로스,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보도에 따르면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각 쇼핑몰에서는 어린이들이 산타의 무릎에 앉아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고려해 행사를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산타 앞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가림막을 세우거나, 투명한 비닐 공 안에 산타를 격리시키거나, 산타 얼굴에 투명 가림막을 씌우는 등의 방법을 통해 어린이와의 거리를 유지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산타 고용 계약서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 산타 무릎 위에 아이들을 앉히지 않기 등의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투명 아크릴 판과 얼굴 가림막을 사용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WSJ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변화로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가림막 제조 업체는 산타 특수를 맞이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WSJ 인터뷰를 통해 지난 9월부터 가림막 250개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박물관에서 산타 역할을 맡고 있는 케이슨 카일(51)씨의 모습, 둥근 아크릴 판 뒤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 WSJ 홈페이지 캡처

다만 일부 산타들은 가림막과 비닐 공 사용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물관 행사장에서 산타 역할을 맡고 있는 케니슨 카일(51)은 하루종일 아크릴 판 뒤에 앉아 있으면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아크릴 판 때문에 아이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산타 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편인데다 청력이 좋은데도 힘들 때가 있다. 최소 한 두번은 엄마나 아빠가 끼어들어 아이들의 말을 대신 전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는 산타의 모습, 더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공공장소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올해는 산타의 가정 방문도 축소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레이크 마을에서 산타로 일하는 로버트 슈터(60)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타들의 감염 위험을 고려해 이번 성탄절에는 수천 명의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신 산타들은 온라인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 등 일부 대형 백화점의 경우 올해 산타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해 진행한다. 산타를 고용하는 회사에서도 온라인 채팅을 진행할 산타들을 모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톡투산타’ CEO인 존 로포토는 “작년에 수만 건의 비디오 채팅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수백만건의 비디오 채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