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재판 과정에서 “말다툼 끝에 피해자 목을 졸랐는데 정신차려 보니 사망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1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허모(42)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허씨는 지난 1월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에서 어머니 A씨(70)와 아들 B군(12)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은닉한 혐의(존속살해·사체유기)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친과 아들을 살해한 직후 모친의 돈과 카드를 내연관계인 한씨에게 사용해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범 위험성이 있어 영구히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서 속죄하며 살아가는 게 타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허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허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항변했다. 말다툼 끝에 피해자의 목을 졸랐고 정신을 차려보니 사망해 있었다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신감정촉탁 결과 당시 정신질환을 평가할 만한 지각장애가 보이지 않고, 범죄로 판단된다는 감정이 나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씨는 내연 관계에 있던 한모씨에게 범행을 들키자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한씨는 허씨가 체포될 때까지 도피를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재판부는 한씨에게는 “도피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