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2개 대회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의 아픔을 안았던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가 아시아 무대에선 8년 만의 ‘무패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울산의 외국인 공격수 주니오는 8강 무대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포함한 멀티골을 상대 골문에 꽂아 넣으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울산은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경기에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지난 6일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16강전에서도 3대 0 승리를 거뒀던 울산은 토너먼트 2경기째 쾌조의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울산은 지난 2012년 ACL에서 ‘철퇴 축구’를 앞세워 조별리그부터 12전 10승 2무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ACL 역사상 유일의 무패 우승 기록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울산의 아시아 무대 ‘정벌’은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이날 경기까지 7전 6승 1무의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울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17골을 넣는 최다 득점 팀이었지만, 베이징도 12골로 득점 3위를 기록하는 등 울산에 못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게다가 한국 국가대표 대형 수비수 김민재가 이끄는 수비진도 조별리그부터 7경기에서 4실점(울산 7경기 5실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울산은 베이징과 2009년과 2012년 대회 조별리그에서 2번씩 4번을 싸워 모두 이긴 좋은 징크스가 있었지만,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 전부터 경계를 놓지 않았다. 특히 “두 팀 다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볼을 최대한 소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볼 소유의 끝에 슛을 통한 결과 도출이 돼야 한다”며 공격진의 골 결정력을 이날 경기의 관건으로 봤다.
올 시즌 K리그1 득점왕(26골) 주니오가 김 감독의 기대감을 완벽히 충족시킨 경기였다. 주니오는 전반 21분 원두재가 상대 우측면을 파고든 뒤 올린 크로스를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이 볼은 공교롭게도 수비 중이던 베이징 김민재의 오른팔을 맞고 나갔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끝에 울산의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주니오가 이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울산은 쉽게 선제골을 넣고 앞서나갔다.
주니오는 멈추지 않았다. 베이징이 공격 점유율을 높여갔던 전반 41분 상대 패스미스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 박스 중앙 바깥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주니오의 발을 떠난 볼은 상대 골키퍼의 손이 닿을 수도 없는 골대 왼쪽 구석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울산은 난적 베이징을 상대로 전반에만 두 골 차로 앞서갔다.
베이징은 후반 5분 알란의 왼발 슈팅, 후반 18분 골대를 맞춘 비에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 후반 22분 공격진의 연속 슈팅 등으로 울산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울산은 국가대표팀 경기에 합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던 조현우 골키퍼 대신 이번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조수혁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과 수비진의 집중력으로 위기를 벗어났고, 결국 2점 차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데 이어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도 또 다시 전북 현대에 발목 잡히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울산은 단 두 번만 더 승리할 경우 아시아란 큰 무대에서 무관의 아쉬움을 설욕할 수 있게 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