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행세를 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해 결혼한 뒤, 혼인 신고 직전에 수억 원을 챙겨 잠적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 측 부모는 물론이고 하객은 모두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자가 소유라고 했던 신혼집도 모두 거짓이었다.
1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진경찰서 수사과는 지난 9일 사기 혐의로 A(40대)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9월 결혼한 B(40대)씨와 그 가족으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5억4700만원을 챙겨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B씨와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모두가 거짓이었다. A씨는 부산의 한 주차장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났다. 당시 A씨는 이 주차장에 근무하는 직원이었고, B씨는 주차장에 장기 주차를 하던 고객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하고, 해당 주차장과 부산의 한 건물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이라며 재력가 행세를 했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고, 지난 9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A씨는 결혼식 보름 후 혼인신고를 앞두고 집을 나선 뒤 그대로 사라졌다.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오겠다던 그는 그대로 사라졌다.
B씨는 A씨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지금껏 A씨가 했던 말이 거짓이란 것을 알게 됐다. 결혼식장에 참석한 신랑 부모는 물론 하객 모두 대행업체 소속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신혼집으로 구매했다던 아파트도 월세였다. 두 사람이 만났던 주차장도 A씨 소유가 아니었다.
평소 A씨는 B씨와 B씨 가족들로부터 증여세와 투자비 명목으로 총 5억4700만원 가량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추적 결과 자전거를 탄다고 나간 신랑은 곧장 목포까지 갔고, 거기서 다시 제주도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 A씨 사기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앞서 항공사 부기장 행세를 하며 여성을 상대로 수천만 원을 뜯어냈고 해군특수전전단(UDT) 출신 행세도 하고 다녔다. B씨로부터 뜯어낸 돈은 대부분 다른 사기 범행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