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확인된 부동산 왜곡…월세 소득↓, ‘영끌 수혜 가구’ 폭등

입력 2020-12-10 18:41 수정 2020-12-10 18:54

월세 가구 1~3분기 줄줄이 전년 대비 소득 감소
3분기 소득 감소 폭…평균 가구 증가 폭 약 3배
‘부동산·금융업’ 등 종사 가구 소득은 평균 대비 4배↑

‘월세살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 올 한 해 비정상적인 시장 왜곡이 통계에도 드러나고 있다. 올 들어 월세 가구의 소득은 주거형태별 가구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 쳤으며, 반면 금융·부동산업 등 ‘영끌 수혜 업종’ 가구는 일반 가구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소득이 아닌 자산주도성장이 되고 있는 서글픈 현주소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사이트의 ‘주거형태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보면 올해 3분기 월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4.2%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이 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을 겪은 셈이다. 전체 가구 소득이 평균 1.6% 증가할 때, 월세 가구는 평균 증가 폭의 약 3배 만큼 소득이 줄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월세 가구 구성원이 그만큼 돈을 못 벌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올해 월세 가구는 ‘나홀로’ 소득이 줄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3분기는 물론 1~2분기도 각각 -0.6%. -5.9%로 전년 대비 줄줄이 소득이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 어려움에도 전체 평균, 자가, 전세 가구의 소득은 1~3분기 모두 소폭이라도 늘었다. 결국 돈이 없어 월세살이로 내몰리고, 월세 때문에 또 돈을 못 모아 탈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주거비는 빈곤층이 훨씬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 전세를 제외한 주거 임차비용인 ‘실제주거비’는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40%(1, 2분위)의 경우 월평균 각각 9만5500원, 9만6379원을 지출했다. 소득 상위 40%(4, 5분위)는 각각 6만9640원, 8만4061원이다.

그런데도 서민들은 월세 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값 폭등과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8691건, 이 가운데 전세(5345건) 비중은 61.5%로 올해 최저치다.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준전세와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준월세를 통튼 개념인 ‘반전세’ 비중은 지난달 37.9%로 급등했다. 이 비중은 올해 가장 높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자는 분위기는 또 다른 양극화도 만들고 있다. 가구주가 종사하는 산업별로 다시 살펴보면 올해 3분기 ‘출판·금융·부동산·전문과학·사업시설’ 등에 종사하는 가구는 월소득이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전체 가구 평균(1.6%)보다 약 4배 가까이 된다.

반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는 서비스업 가구인 ‘도소매·운수·숙박음식업’에서 일하는 가구는 동일 기간 월소득이 -0.4%로 감소했다.

금융·부동산 등 ‘영끌 업종’에 종사하는 가구는 올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현 정부 들어 사업으로도 꾸준히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업(147만1000개)은 전체 기업(법인+개인)의 22.5%로, 비중이 가장 컸다. 전년보다 7.8% 많아졌다. 기업 생존율은 1년 내 64.4%, 5년 내 40.5%로,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보다 높았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