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혼 신혼부부 10쌍 중 8~9쌍은 가계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이 증가하면서 대출잔액 규모는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신혼부부의 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9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최근 5년 이내 혼인신고 후 국내에 거주하며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인 신혼부부는 126만명이었다. 전년 대비 6만2000쌍(4.7%) 감소한 숫자다. 이 가운데서도 초혼인 신혼부부는 99만8000쌍으로 201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 100만쌍을 밑돌았다.
금융권 대출잔액을 보유한 초혼 신혼부부는 전체의 85.8%로 집계됐다. 대출잔액의 중앙값은 1억1208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08만원(12.1%) 늘었다. 김진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대출잔액 중앙값이 커지는 것은 전체 대출잔액 규모가 확대된 때문”이라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남편 또는 아내가 단독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50.4%였고, 부부 모두 대출한 경우도 35.4%를 차지했다.
대출잔액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1~2억원 비중이 32.4%로 가장 높았고, 2~3억원(13.0%)과 3억원 이상(10.0%)이 뒤를 이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대출잔액 1억원 이상 구간은 모두 증가했다.
주택 소유별로 보면 무주택 부부의 83.0%, 주택 소유 부부의 89.6%는 금융권에 빚이 있었다. 이 중 주택을 소유한 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4674만원으로 무주택 부부(8790만원)보다 약 1.7배 높았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인 지난해에도 결혼 초부터 ‘영끌’을 통해 집을 구매하는 현상은 심각했던 셈이다.
한편 초혼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은 자녀가 없는 가구였다. 지난해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무자녀 신혼부부는 42만4000쌍으로 전체의 42.5%를 차지했는데, 1년 전보다 아이 없는 신혼부부의 비중이 2.3% 포인트 상승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녀를 출산하는 비중이 작았다. 부부 합산 소득이 1000만원 미만이면서 자녀가 없는 경우는 36.1%였지만, 1억원 이상 버는 신혼부부의 경우 약 절반인 50.9%가 자녀를 출산하지 않았다. 통계청은 부부의 소득이 맞벌이 여부와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