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심의하기 위해 10일 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총장 측의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다만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스스로 심의를 회피했다. 윤 총장 측은 이날 오전 징계위원 명단 미공개와 위법적 기일통지 등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기일연기를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회의장에 들어서야 위원 면면을 인지한 윤 총장 측이 기피신청 의사를 밝히면서 회의는 1시간 만에 중단됐다.
윤 총장 특별변호인 3명은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7층 회의실에서 징계위가 시작하자마자 기일연기를 신청했다.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기피 신청 기회를 상실했고, 심의에 관여할 수 없는 추 장관이 기일지정 등 절차를 진행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감찰 기록 열람·등사와 기록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꼽았다.
징계위는 그러나 윤 총장 측의 기일연기 신청을 기각했다. 징계위는 통상의 전례와 달리 이미 많은 부분에 대한 등사를 허가했고, 전날 오후부터는 등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열람·메모의 방식을 허용했다고 맞섰다. 징계위원 명단 비공개는 내부 제보자 보호와 감찰 활동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전날 밝힌 입장을 되풀이했다. 심의 개시 이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기일지정 등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징계위원 명단을 이날에서야 인지한 윤 총장 측이 위원 4명에 대한 기피신청 의사를 밝히면서 회의는 시작 1시간 만인 오전 11시30분쯤 정회했다. 윤 총장 측은 2시간30분가량 주어진 점심시간을 활용해 회의를 갖고 기피신청 서류를 작성했다. 법무부 직원 3명이 오후 12시20분쯤 도시락 5개짜리 비닐봉지 4개를 들고 7층으로 향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후 2시 재개된 회의에서 윤 총장 측은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된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당연직 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 검사 위원인 심 국장, 외부위원인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명에 대해 기피신청서를 냈다. 징계 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징계위는 제척 사유가 없다고 판단, 3명에 대해 기각했다. 징계위는 공통적으로 ‘기피 신청권 남용’ 사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국장은 자신을 제외한 징계위원 3명의 기피 여부 심리에 참여해 모두 기각 의견을 낸 뒤 마지막 순서에서 회피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절차 농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본인이 징계심의를 회피하려면 기피 여부 판단에도 관여하지 않았어야 상식적이라는 주장이다. 검사징계법상 기피 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을 정족수로 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이 처음에 회피했다면 정족수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기피 신청을 하면서 기피 대상이 된 위원들이 기피 여부를 판단한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9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파면 처분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기피 신청을 받은 징계위원들이 자신에 대한 기피의결뿐만 아니라 기피신청을 받은 다른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한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윤 총장 측은 심의 전 과정의 녹음을 허용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징계위는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증인들의 증언 시에만 녹음을 결정했다. 대신 속기사가 참석해 전 과정을 기록했다. 특별변호인의 의견 진술은 법무부의 의견 진술이 끝난 오후 5시33분쯤부터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이 신청한 증인들은 청사 다른 층에서 대기했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삭제를 양심선언했던 이정화 검사도 이날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