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파’ 필스버리, 美국방 자문위원장으로

입력 2020-12-10 18:10
미국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 '100년의 마라톤' 저자로 대중 매파로 알려져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고문이자 대중 강경파인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이 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수교의 주역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자문위에 포진해 있던 외교 거물들을 대거 면직 처리한 뒤 2주 만에 이뤄진 인사다.

필스버리 소장은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트럼프 행정부가 6주 뒤 물러나기 때문에 필스버리가 얼마나 오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도 대개 자문위에 임명되면 여러 해 동안 근무한다고 전했다.

필스버리 소장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저서 ‘100년의 마라톤’으로 이름을 날렸다. 중국은 이미 마오쩌둥 시대부터 패권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다며 워싱턴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는 보수적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중국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노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한 기자회견에서 그를 “중국에 대한 권위자”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 대선 직후 그간 눈엣가시였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비롯해 국방부 고위 관리들을 전격 경질하고 충성파 인사들을 자리에 앉혔다. 이어 자문위 인사들도 대거 면직 처리했다. CNN방송은 해임된 자문위원 중에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대중 매파인 인사들이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말 중국 압박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미 재무부가 최근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홍콩 야당 탄압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린 게 대표적이다. 제재 대상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 중 한 명인 리잔수 상무위원장은 제외됐지만 중국으로선 공산당 핵심부를 건드린 것 자체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공대를 방문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중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조지아공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중국 당국자들을 ‘강압적인 폭력배’(jackbooted thugs)에 비유하며 비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국 학생들을 이용해 반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 수집을 압박한다며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우리 고등교육 기관의 우물에 독을 타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방문은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를 앞두고 이뤄져 미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내년 1월 예정된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 비난에 앞장서온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정부의 제재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전인대는 성명을 내 미국 제재에 맞서 홍콩 문제에 개입한 미국 인사들에게 동등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타임스는 전인대의 메시지는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 이후 미국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후진타오 당시 부주석이 TV 연설을 통해 미국의 오폭을 규탄했는데, 이번 전인대의 미국 비난 성명은 그보다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리하이둥 중국외교대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몇 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고위 관리들과 일부 의원들에 대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든 트럼프 행정부처럼 미·중 관계를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