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순간 여야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앞으로도 여당이 공수처장 후보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극렬 반발하는 야당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향후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로 악화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187명으로 공수처법 개정이 이뤄진 직후 민주당 의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수처 출범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려는 듯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표결 현황 스크린을 촬영하기도 했다.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통과 순간 활짝 웃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험악한 구호가 제창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본회의 전부터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독재정당 민주당’ ‘정권비리 국민심판’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향해 ‘뻔뻔한 XX’라는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항의하는 정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조 의원은 “(징계 청구) 등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당론 찬성’ 방침을 깨고 “양심에 비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을 지키겠다”며 기권표를 던졌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당 원내행정국에 상임위원 사임계를 냈다.
공수처법 통과에 이어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청 이관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에 이어 이날 국정원법 개정안, 이후 대북 전단 살포 처벌 조항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등에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는 경찰 출신 재선 의원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간첩 잡는 수사를 하지 않아 누가 득을 보겠느냐”며 “대한민국을 호시탐탐 적화시키고자 하는 북한 정권에만 도움 되는 이런 일을 국회에서 통과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 의원은 준비해온 물을 들이켜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탈원전 정책 등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지 않기로 했다. 홍정민 민주당 대변인은 “의사 표시를 충분히 보장해 달라는 야당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의 요구로 24시간 이후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는 권한을 보류한 것이다.
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국 상황이 히틀러 치하 독일과 유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 파괴”라며 문 대통령의 직함을 빼고 ‘문재인’이라고만 호칭했다.
국회 밖에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석회의를 열고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켰다. 주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7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키로 합의하고 ‘문재인정권 조기퇴진’ 성명을 발표했다.
김동우 박재현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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