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쇼핑몰에서 산타클로스가 어린 소년에게 장난감 총을 줄 수 없다고 했다가 해고됐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 총기 소지를 둘러싼 공방에 다시 불이 붙었다.
폭스뉴스, 더힐 등은 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쇼핑몰 할렘 어빙 플라자에서 크리스 크링글이 산타 분장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던 중 마이클이라는 소년을 울려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크링글이 장난감 총을 달라는 마이클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
마이클의 모친인 사벨라 드카를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마이클은 산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타는 “총은 안 된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이에 마이클의 모친이 장난감 총을 말하는 거라며 끼어들었으나 산타는 다시 한번 “안 된다”고 답했다.
산타는 마이클에게 “너의 아빠가 너에게 장난감 총을 사주는 건 괜찮지만, 나는 너에게 총을 줄 수 없다”며 “다른 원하는 것은 없니? 다른 장난감이 많단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레고, 자전거, 자동차 등 다른 선물을 제안했다.
선물을 거부당한 마이클은 자신의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며 눈물을 쏟아냈다. 마이클의 모친은 “그래도 받을 수 있을 거야”라며 아들을 달랬다.
마이클의 모친 드카를로는 페이스북에 영상과 함께 “내 불쌍한 아들, 마이클은 올해 처음으로 산타를 보러 간다며 신났었다”며 글을 적었다. 드카를로는 “산타를 만나는 경험은 마법 같아야 했다”며 “그런데 산타는 개인적 신념 때문에 내 아들에게 ‘안 된다’고 말했고, 나는 내 귀여운 아들이 눈물을 삼키는 걸 봐야 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그는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아들에게 ‘이 산타는 그저 쇼핑몰 직원이고 진짜 산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그 산타에게 맞서는 건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 같아서 급히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그저 내 아이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드카를로가 올린 영상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총기 소지를 둘러싼 공방에 불을 붙였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극좌 산타가 어린이에게 크리스마스에 장난감 총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우리는 총기 규제가 아니라 멍청이 규제가 필요하다”고 적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활동가와 보수주의자들이 산타를 비난하며 논란에 가담했다고 평했다.
파장이 커지자 쇼핑몰 측은 7일 해당 산타인 크링글을 해고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마이클에게 그가 원하던 브랜드의 장난감 총을 선물했다. 쇼핑몰 측은 다른 산타를 보내 마이클의 집에 직접 총을 배달하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개했다.
두 번째 산타는 마이클에게 “어제 실수가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어제 일을 듣고 내가 북극에서 급하게 달려왔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산타에게 선물을 건네받은 마이클이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마이클의 모친은 다시 페이스북에 “쇼핑몰이 빠르고 친절하게 사건을 해결해 줘서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총기 사고가 이어지며 총기 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총기 소지 허용, 민주당에서는 총기 규제를 주장한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