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 등 수사기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수사당국은 대선 정국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헌터를 조사해왔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수사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 진행에 따라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터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델라웨어주 연방검사장실에서 어제 변호인에게 내 세금 문제를 수사하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다만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이 문제를 합법적이고 적절하게 처리해왔다는 것이 입증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인수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몇 달 간 이뤄진 잔인한 개인적 공격을 포함해 어려운 일과 싸워온 아들을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바이든 당선인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헌터와 관련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는 지난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이 헌터 관련 의혹을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은 사실이 폭로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비화되기도 했다.
미국 수사당국은 헌터의 중국 관련 사업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검찰이 중국 등 해외 사업에서 헌터가 탈세나 돈세탁을 저질렀는지 여부 등 금융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수사당국은 2018년 초부터 헌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 취임 전이어서 헌터 관련 의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과는 일단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법무부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뉴욕포스트는 바이든 당선인이 헌터 소개로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측 고위 인사와 접촉했다는 의혹을 헌터의 개인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근거 삼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 하드디스크가 이번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뉴욕포스트 칼럼을 인용하며 “유권자들이 헌터 바이든에 대해 알았다면 10%는 자신의 선택을 바꿨을 것”이라며 “아무튼 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