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2030 플렉서’가 VIP…백화점 VIP 문턱 낮추고 전용 멤버십까지

입력 2020-12-13 06:00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루이비통’과 협업해 진행한 팝업스토어의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나를 위한 소비’ ‘플렉스’(flex·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것)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소비에 제한이 생긴 데 따른 답답함을 명품 구매로 해소하는 ‘보복소비’ 현상도 두드러졌다. 백화점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 VIP 마케팅을 강화하며 ‘2030 플렉서’ 잡기에 나섰다.

지난 2월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이 2030세대 30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플렉스 소비문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2.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절반이 넘는 2030세대가 ‘자기만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30세대 사이 이 같은 분위기는 백화점 매출로도 나타나고 있다.

10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명품을 구매하는 2030세대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마다 편차는 있지만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해 2030의 명품 매출 비중이 50.6%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은 48%, 현대백화점은 29.2%로 세 곳에서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출하는 금액도 커졌다. 2030세대가 신세계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한 금액은 지난해 대비 35.1%나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표적인 오프라인 소비 품목이었던 명품마저도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건 백화점에 위기요인이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2030세대가 백화점으로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올 수 있을만한 요소들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백화점 매장의 구성을 2030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품목을 중심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었다. 여기에 더해 VIP 제도에 대한 문턱을 대폭 낮추거나 전용 VIP 멤버십을 신설해 2030세대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이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직원이 한 고객에게 2030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 '클럽 YP'를 안내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내년 2월부터 업계 처음으로 2030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 ‘클럽 YP’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전연도에 현대백화점카드로 2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1983년생 이하 고객이 대상이다. 정상상품 구입 시 5% 할인과 전 점포 3시간 무료 주차, 기념일 선물 등 기존 VIP 멤버십 혜택에 더해 발렛파킹 서비스 등 차별화된 혜택도 제공한다. 발렛파킹 서비스는 원래 4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다.

신세계·롯데백화점은 VIP 문턱을 낮춰 2030세대의 진입이 더 쉬워지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부터 VIP 엔트리 기준을 400만원으로 대폭 낮춘 ‘레드’ 등급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보통 연간 단위로 등급이 산정되는 것과 달리 레드 등급은 분기 결제금액을 기준으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1개에서 3개로 다양화했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VIP 제도(MVG)와 별개로 ‘준 VIP’ 등급을 지난 5월 도입했다. 연간 400만원 또는 분기에 150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VIP, 800만원 이상이면 VIP+ 등급을 부여한다. 두 백화점 모두 3시간 무료 주차와 무료 음료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VIP 엔트리를 낮춘 등급을 신설한 뒤 VIP 내 2030세대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구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30대고, 구매력이 더 큰 건 3040세대지만 2030세대를 실질적 메인으로 봐야한다”며 “다른 연령대에서는 매출이 정체하거나 빠지는 추세지만 2030세대에선 매년 20~30% 수준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