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영국에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나타나 의약품규제당국이 접종 지침 구체화에 나섰다. 각국 보건당국은 부작용 우려에도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준 레이 청장은 10일(현지시간) “백신, 의약품, 식품에 대해서 아나필락시스 전력이 있는 사람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선 안 된다”고 발표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음식이나 약물 등이 인체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불러와 급성 호흡곤란과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의 전신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심각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MHRA는 앞서 화이자 백신 접종 시작 이후 부작용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과거 약품이나 음식, 백신 등과 관련해 ‘중대한 알레르기 반응’(significant allergic reaction)을 보였던 경우 접종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에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사람 가운데 이날까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 사례 2건과 일반 알레르기 반응으로 추정되는 사례 1건이 보고됐다.
레이 청장은 다만 화이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신뢰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백신 접종자) 대부분은 아나필락시스를 겪지 않을 것”이라면서 “백신을 접종했을 때 위험성보다 코로나19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의 미국 내 임상시험에선 이날 안면신경마비 사례도 나타나 우려를 키우고 있다. AP통신은 화이자 백신을 투약한 2만1720명 중 4명에게서 안면마비 증세가 발견됐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은 “전체 임상 참가자 중 이 증상을 보인 사람 비율이 보통의 안면마비 유병률(인구 대비 발병자 비율)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 중인 영국 MHRA도 동일한 견해를 밝히면서 “어떤 백신도 안전, 품질, 효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공급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화이자 백신 사용을 허가한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한 국가로는 영국, 바레인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안에 화이자 백신 24만9000회분을 공급받기로 한 캐나다는 장기요양시설 거주자와 직원, 의료진 등 취약계층을 우선 접종 대상으로 정했다. 더불어 영국과 마찬가지로 과거 부작용을 보인 사람들에게는 백신을 맞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이날 회의를 열고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안건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오는 17일엔 모더나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심사에 들어간다.
다만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가 개발 중인 백신의 경우 백신 승인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등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9월 임상시험 중 발생한 백신의 부작용을 뒤늦게 보고해 미 보건당국의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효과 면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2회차에 동일하게 전량을 접종했을 때 효능이 62%였으나 1회차 절반을 접종하고 2회차에 전량을 접종했을 때는 90% 이상의 효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으나 그 이유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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