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북·중 무역 99% 급감…“제재보다 코로나에 경제 휘청”

입력 2020-12-10 15:34

북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대중국 무역이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99%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보다 코로나19가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연일 ‘자력 갱생’을 외치며 내부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10일 한국무역협회의 ‘북한무역 월간브리프’에 따르면 지난 10월 북·중 무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9.4% 감소한 166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1~10월) 북·중 무역 역시 지난해 대비 약 76% 줄어들었다. 협회는 “내년 8차 노동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국경 봉쇄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북·중 무역이 단절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보다 북한 경제 전반에 더욱 타격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차단을 이유로 생명줄인 중국과의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한반도 정세: 2020년 평가 및 2021년 전망’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차단 및 인적교류 중단은 제재보다 북·중 교역에 영향을 줬다”며 “제재는 기존의 내성으로 극복해왔으나 코로나19라는 장애물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이로 인한 여파로 북한의 물가와 환율 변동이 심화됐고, 식량·에너지 수급은 불안정해졌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식량공급이 줄어들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쌀과 옥수수, 감자 등은 구매력 급감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설탕과 조미료 등의 가격이 4배가량 치솟았다고 보고했었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환율 급락의 책임을 물어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비공개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자력 갱생’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며 체제 결속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후대들을 위한 창조와 헌신에 삶의 보람이 있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자라나는 새 세대들이 어릴 적부터 남의 것을 쓰게 되면 자연히 남에 대한 환상이 생기게 되고 나중에는 자기의 우월한 것도 볼 줄 모르는 눈뜬 소경이 되고 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8차 당 대회가 임박하면서 북·중 국경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이전처럼 북·중 국경을 열 가능성은 낮다”며 “최소한의 인원·물자가 오가는 수준으로 중국과의 무역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등급을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다시 격상하고 육·해·공을 전면 봉쇄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하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