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진출만 6년 연속으로 이뤄낸 ‘저력의 강자’ 두산 베어스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외국인 우완 크리스 플렉센(26·미국)의 이탈을 앞둔 상황에서 정규리그(KBO리그) 유일의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28·도미니카공화국)의 일본 한신 타이거스 이적설이 불거졌다. 올 시즌을 끝내고 자유계약선수(FA)만 7명이 쏟아져 전력 보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원투펀치’를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두산 관계자는 10일 “플렉센과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입단 합의 소식을 구단도 인지하고 있지만, 선수 본인이나 에이전트를 통한 이적 통보를 정식으로 받지 못했다”며 “알칸타라의 한신 이적설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렉센은 이미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이날 “플렉센이 시애틀과 2년간 총액 475만 달러(약 51억5000만원)에 입단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플렉센에게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 3년차부터 매년 100만 달러의 성과급, 트레이드 시 25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질 것이라는 계약 조건도 상세하게 전해졌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로부터 플렉센을 영입하면서 들였던 자금은 외국인 신인의 계약 상한액인 100만 달러(약 10억8000만원)다. 플렉센의 몸값이 연간 2배 이상으로 상승한 셈이다.
플렉센은 KBO리그 21경기에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시즌 중 발등골절상을 입고 2개월을 휴식했지만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팀 평균자책점(4.31) 1위인 두산의 마운드를 알칸타라와 함께 지탱한 외국인 자원으로 평가된다.
특히 KBO리그에서 20승(2패·평균자책점 2.54)을 찍고도 유독 가을에 ‘무승 3패’로 부진했던 알칸타라와 다르게 플렉센은 포스트시즌에 승승장구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1승씩을 쌓아 준우승에 기여했다. 투구를 마치고 포효하는 플렉센의 열의는 두산 더그아웃에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메츠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두산에서 반전시켜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성공한 셈이다.
미국에서 플렉센의 시애틀 입단 합의 소식이 전해진 날, 일본에서는 알칸타라의 이적설이 제기됐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한신이 KT 위즈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또 한 명의 영입 자원으로 알칸타라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 구단의 경쟁이 있지만 한신이 앞서 있다”고 전했다.
알칸타라도 플렉센처럼 올해 두산에서 성공을 이룬 투수다. KT 소속이던 지난해만 해도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로 승전 못지않은 패전을 당했지만, 올해 입단한 두산에서 다승왕을 차지하고 제7회 최동원상까지 수상하며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최원준(10승 2패)·유희관(10승 11패)의 합산 승수만큼을 쌓은 알칸타라의 이탈은 두산에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두산은 올 시즌을 마치고 두 외국인 투수와 더불어 다량의 FA 계약도 진행해야 한다. 투수 유희관·이용찬, 외야수 정수빈, 내야수 김재호·오재일·최주환·허경민이 FA로 나왔다. 2015년부터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을 일궈낸 주역으로 평가되는 베테랑들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고 두 시즌 만에 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양의지의 선례가 두산 선수단의 주가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모든 FA의 재계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 관계자는 “계약을 순리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