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0일 북한을 향해 2년 반 동안 너무 많은 기회가 낭비됐다며 앞으로 진지한 외교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싱크탱크 아산전략연구원 강연에서 “전쟁과 분쟁의 시간은 끝났고 평화를 위한 시간이 왔다. 그 성공을 위해 미국과 한국, 북한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남·북·미의 노력으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마침내 모든 한국 국민들은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평화롭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북한과의 도전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말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북한이 어려운 절충 과정이 있겠지만 지속적인 포용을 통해 (북한이) 막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진지한 외교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 반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 아래 이뤄진 비핵화 협상은 야심차면서도 대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간의 불신에 굴하지 않고 한반도를 바라봤고, 지난 70년 동안의 적개심이 앞으로 적개심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외교가 워싱턴과 평양의 관계를 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바라는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며 “싱가포르 회담(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취한 조치들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을 향해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실망감도 컸다”며 “우리는 북한에 70년 동안의 반목을 뒤로하고 새롭게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들(북한)은 너무나 자주 대화와 관여 대신 협상의 장애물을 찾는 것에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비건 부장관은 “북·미 간 합의가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오늘도 이 직책 처음 맡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이 여전히 가능하고 끝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편 이날 비건 부장관의 강연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